[사설]5개 집회 콕 집은 ‘코드 特赦’ 검토는 사면권 일탈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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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특정 정치집회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은 참가자 전원에 대해 특별사면을 검토하라고 22일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법무부가 콕 집은 집회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서울 용산 화재 참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세월호 관련 등 5개다.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속하는 권한으로 법무부는 청와대가 내린 지침에 따라 사면 대상자의 명단과 숫자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면이 이뤄진다면 성탄절이나 설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특정한 5개 집회만을 사면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은 다른 집회로 처벌받은 사람들의 경우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 또 참가자 전원에 대해 사면을 검토하는 것은 폭력을 휘둘러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까지 단순히 집회에 참가했다가 처벌받았던 사람들에 끼워 사면하려는 것으로 부적절하다. 특히 법무부가 특정한 5개 집회는 시위현장을 돌아다니며 과격한 시위를 주도하는 전문 시위꾼이 적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 시위꾼을 사면하는 것은 상습범을 사면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불법 폭력 시위 억제의 효과도 달성하기 어렵다.

사면은 대통령 권한이지만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을뿐더러 국가사법작용에 대한 중대한 예외 조치여서 그 행사가 제한적이어야 한다. 사면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 사면으로 최소한 국민통합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사면이 오히려 정쟁을 부추겨 국민분열을 조장한다면 그런 사면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전문 시위꾼이나 폭력 시위대의 불법을 눈감아주는 것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헌법상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헌법상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공공질서를 위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바로 헌법에 나와 있다. 참가자의 혐의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5개 집회 참가자 전원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고 전원 사면이 하나의 선례로 남는다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남용하더라도 경찰이 통제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가뜩이나 민중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내란 선동 혐의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공개 요구한 터다. 2015년 민중총궐기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을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정치적 지지를 보내준 세력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제왕적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주요 ‘적폐’ 중 하나다.
#법무부#특정 정치집회#특별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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