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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는 늦깎이, 기록은 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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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는 늦깎이, 기록은 한아름

강홍구기자 입력 2017-11-24 03:00수정 2017-11-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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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남녀 통틀어 첫 5000득점 눈앞 ‘꽃사슴’ 황연주
프로배구 V리그 역대 최초 5000득점 돌파를 앞둔 현대건설의 황연주가 경기 용인시 구단 체육관에서 배구공 5개를 앞에 둔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서른두 살을 앞둔 황연주에게 결혼에 대해 묻자 “예전에는 남자친구 이야기를 묻더니 요새는 결혼 이야기를 묻는다”며 “(배구를)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마흔 전엔 할 수 있겠죠?”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용인=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언제부터인가 현대건설 황연주(31)의 이름 앞에는 ‘꽃사슴’ 대신 ‘기록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후위공격, 서브 등 공격부문 최다 기록을 대부분 보유한 황연주가 또 하나의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3일 현재 4987득점을 기록 중인 황연주는 13점만 더하면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초 통산 5000득점 고지를 넘는다. 이르면 26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새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남자부 최다 득점은 삼성화재 박철우의 4255점이다.

지난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황연주는 5000득점을 앞둔 소감을 묻자 “정말 오래 배구를 했나 보다”며 웃었다 그는 “데뷔 때 이런 기록은 생각지도 못했다. 5000득점도 의미가 크지만 1호라는 게 더 값진 것 같다. 기록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지만 1호는 사라지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V리그 출범 첫해인 2005시즌 신인왕을 비롯해 2010~2011시즌 최우수선수(MVP) 트리플 크라운(올스타전,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달성하는 등 꽃길만 걸었지만 정작 스스로는 늘 부족함을 느꼈다. “남들보다 늦게(초등 6학년) 배구를 시작해서 그런지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2순위)에 뽑혔을 때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니까요. 아직도 시즌 시작하면 배구 생각만 해요. 10년도 넘게 했으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늘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고 그래요.”

그러면서도 자신은 운이 좋은 선수였다고 평했다. 황연주는 “백어택 2점제(2005∼2006시즌부터 3시즌 실시), 외국인 선수제 등의 도입으로 공격 배구가 각광받으면서 (공격 성향이 강한) 저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프로 출범 첫해에 데뷔한 것도 나로선 큰 행운이다. 살면서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안 했는데 돌아보면 배구 인생은 참 잘 풀렸던 것 같다”고 했다.

대기록 달성의 은인 가운데 한 명으로는 흥국생명, 현대건설에서 자신을 가르쳤던 고(故) 황현주 감독을 꼽았다. “신인 때 한 경기에서 서브 범실 9개를 한 적이 있어요. (점프 서브를) 하다 하다 나중에 선 채로 서브를 했더니 감독님이 바로 작전타임을 불러서 혼을 냈어요. 늘 자신감을 강조하시던 분이었죠.”

황연주의 기록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퇴라는 단어가 와 닿지 않는 걸 보면 아직까지 배구 욕심이 많은가 봐요. 지도자 수업이나 해설위원 같은 길도 아직은 먼 이야기예요. 배구를 할 땐 배구 생각만 하려고요. 그러지 않으면 배구를 잘할 수 없으니까요.”

인터뷰 막바지 가장 기억에 남는 득점을 물었다. “가물가물해요. 그래도 5000득점째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막상 코트 위에서 5000득점을 하고도 (경기에 집중하느라) 알지도 못하고 넘어가면 어쩌죠. 그래도 누군가는 알려주겠죠?(웃음)” 14시즌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기록 여왕의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꽃사슴 황연주#프로배구 v리그 역대 최초 5000득점 돌파#현대건설 황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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