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들 “평창특수 잡자”… 외국대표팀 훈련캠프 유치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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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시차 없어” 대외 홍보… 스위스 캐나다 英 등 유치 성과
2022년 베이징올림픽도 겨냥

“올해 2월 강원 평창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가서 설득한 끝에 스위스, 캐나다, 벨라루스 등 3개국 연습캠프를 유치했습니다.”

홋카이도(北海道) 비후카(美深)정 체육진흥계 관계자는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선수와 코치 등을 합쳐 34명이 평창 겨울올림픽 직전인 내년 1월 27일∼2월 8일 이곳에서 막판 연습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후카정은 인구 4500명인 작은 마을이지만 일본에서 유일하게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공중연기를 하는 스키 종목)의 상설 시설이 있다. 2005년부터 마을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유소년팀을 만들고 에어리얼 선수를 육성했다. 올해 연습캠프 유치를 위해 스위스, 캐나다 코치를 마을로 초청하는 등 공을 들였다.

비후카정은 한국과 시차 없이 대회 직전까지 연습할 수 있으며, 삿포로(札幌)에서 인천까지 비행기로 3시간밖에 안 걸린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마을 관계자는 “평창에 가면 다른 팀과 교대하며 잠깐씩 훈련해야 하지만 여기선 원하는 만큼 종일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 측은 공항 왕복 교통비 지원 등을 위해 300만 엔(약 29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선수단 숙식 등을 통해 창출되는 경제효과는 800만 엔(약 78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자체 유소년 팀이 세계 정상급 선수의 연습을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소득이다.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자치단체들은 연초부터 사전 연습캠프 유치에 공을 들였다. 겨울올림픽 등 국제 행사를 치른 시설을 활용해 수익도 얻고 지역 홍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 연습캠프 유치에 성공하면 2022년 베이징(北京) 겨울올림픽 연습캠프 유치에도 도움이 될 거란 계산도 있었다. 여기에 1972년 겨울올림픽을 치렀던 삿포로가 2026년 겨울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든 상태여서 ‘겨울올림픽 특수’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일본 내에서 ‘컬링의 성지’로 불리는 나가노(長野)현의 휴양지 가루이자와(輕井澤)정에는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대표팀이 사전 연습캠프를 차린다. 컬링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때 정식 종목에 포함됐는데 당시 경기가 가루이자와정에서 열렸다. 주민들은 2013년 연중 사용할 수 있는 컬링 시설을 만들고 국제대회를 통해 연습캠프 유치 활동을 벌였다. 이 마을에는 자체 컬링 팀도 있는데, 이번에 일본 남자팀으로는 20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그 밖에도 니가타(新潟)시에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대표팀 연습캠프가 차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한 러시아 대표팀 유치를 위해 시노다 아키라(篠田昭) 시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선 끝에 현재 계약 직전 단계다.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곳도 있다. 홋카이도와 삿포로시는 관민이 힘을 합쳐 십수 개 나라에 유치제안서를 보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곳은 스웨덴 노르딕스키팀을 유치한 다테(伊達)시뿐이다. 아사히신문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많은 선수들이 직전까지 국제경기를 하고 한국에 바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지자체는 공항까지의 접근이 어렵거나 연습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연습캠프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평창#훈련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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