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부활은 MS의 힘… 지역발전, 민간 소프트파워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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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부산 벡스코서 25일까지 콘퍼런스

이낙연 국무총리(연단 위 왼쪽에서 일곱 번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오른쪽) 등
 정부 관계자와 기업 대표 등이 22일 오전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한전 에너지밸리 투자협약서’에 서명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한전과 연관된 42개 기업이 전남 나주와 광주 일대에 227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서약식은 
2017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의 일환으로 열렸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연단 위 왼쪽에서 일곱 번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오른쪽) 등 정부 관계자와 기업 대표 등이 22일 오전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한전 에너지밸리 투자협약서’에 서명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한전과 연관된 42개 기업이 전남 나주와 광주 일대에 227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서약식은 2017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의 일환으로 열렸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산림업 군수산업이 쇠락하면서 1970년대 들어 ‘절망의 도시’가 됐던 시애틀이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도시로 거듭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내린 회사 이전 결단 덕분이었습니다.”

게이츠와 앨런이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에 만들었던 회사를 4년 만인 1979년에 시애틀로 이전한 이유는 중고교 시절을 함께 보낸 고향에서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들의 뜻대로 MS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며 시애틀은 대표적인 ICT 도시가 됐다. MS 출신 직원들이 시애틀에서 창업한 회사만도 4000여 개나 된다.

박정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7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서 이 같은 사례를 들며 “21세기 지역경제 개발에는 민간 부문의 소프트파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출신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경제 성장 과정에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엘리트들에게 과실이 집중되는 국가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지역 개발의 주도권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점진적으로 넘겨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 “민간의 소프트파워로 지역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4대 복합·혁신과제(일자리, 저출산 고령사회, 4차 산업혁명,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중 하나다. 이번 박람회는 대통령 임기 첫해에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이 정부의 지역발전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총리 외에도 송재호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학계 인사들이 대거 집결했다.

송 위원장은 하드웨어적 개발보다 지역사회와의 화합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중점을 두는 지역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공기업 지방이전 정책이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혁신도시 시즌2’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혁신도시의 성과가 지역사회에 녹아들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들고 스펙트럼을 넓혀가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위원장은 이를 위해 연내에 혁신도시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류한호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별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제는 사람 중심, 활력 중심으로 지역 문화를 일궈나가야 한다”며 “그래야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으며 (알맹이 없이) 뼈만 남는 과도한 투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개인이 위주가 되는 민주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본 류 교수는 “지역 문화를 육성해서 주민들이 지역의 정치와 경제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는 날줄 씨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이 주도하는 지역 개발 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센터장은 서울숲 민간위탁사업 사례와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 마을, 유럽의 임업협동조합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가미카쓰 마을은 주민 1700명 중 50%가 65세 이상인 산촌 마을”이라고 소개한 뒤 “30여 년 전부터 이곳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지천에 널린 단풍, 은행, 밤, 감나무 잎을 주워 도시의 고급 일식집 요리 장식용으로 팔아 연 2억5000만 엔(약 24억 원)을 벌어들인다”고 말했다.

○ “혁신도시 ‘시즌2’ 필요한 때”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은 ‘민관 소통’ ‘청년 주도’에 초점을 둔 다양한 지역발전 정책 개선안을 내놓았다. 특히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공기업 지방이전 사업을 열심히 추진했지만 지방에는 여전히 일자리가 부족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참석자가 많았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공기업 지방이전으로 만든 혁신도시가 “세수나 일자리 측면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피부로 실감할 만한 이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 주도의 자원 분배에 따른 지역 발전 모델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기업뿐 아니라 공기업 자회사와 협력업체가 한 번에 이전돼야 사업 간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지방이 주도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국세 대 지방세 비중을 7 대 3, 중장기적으로는 6 대 4로 조정해 재정자치를 달성하고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치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백운규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우기종 전남도지사 대행, 윤장현 광주시장, 강민규 나주시장,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한전의 42개 협력기업 대표 등은 전남 나주 일대 ‘에너지밸리’에 총 2275억 원을 투자하고 8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의 투자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지역혁신박람회로 시작된 균형발전박람회는 매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순회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역정책 박람회로 올해는 2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지발위, 산업부, 국토부 등 균형발전과 관련된 13개 정부부처와 17개 시도 공동 주최다.

부산=조진서 cjs@donga.com·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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