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美수출 세탁기 절반에 ‘관세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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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ITC “세이프가드 발동”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수입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악은 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또 태양광전지와 강관에 이은 이번 조치가 철강, 반도체, 페트수지 등 다른 품목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신호탄이 아닐지 국내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ITC는 21일(현지 시간) 모든 국가로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대형 세탁기 중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3년간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권고안을 발표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이번 권고안은 첫해에 50%, 2년 차에 45%, 3년 차에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조치는 한국 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대형 세탁기가 대상이다. 하지만 미국에 세탁기를 수십만 대 규모로 수출하는 업체는 사실상 삼성과 LG뿐이다.

두 회사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은 연간 250만 대 수준이며 대부분 태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LG전자는 수출 물량의 20% 정도를 창원에서 생산하는데 이 물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번 조치에서는 제외된다. 따라서 내년 2월쯤 최종 결정이 나면 두 회사 수출 물량 중 삼성전자의 72만 대와 LG전자의 36만 대가 내년부터 관세를 적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미국 월풀은 당초 수입 물량 전체에 50% 관세 부과를 요청했고, 삼성과 LG는 145만 대 초과분에 50%를 부과하는 수준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ITC가 양쪽의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절충안이 선택되긴 했지만 기존 관세가 1%대였기 때문에 삼성과 LG는 세이프가드로 인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월풀이 38%, 삼성 16%, LG 13% 순이다.

쿼터로 정한 120만 대 이내 물량과 부품에 대한 조치도 문제다. 쿼터 내의 물량에는 관세 20%를 부과하자는 위원 2명과, 부과하지 말자는 위원 2명으로 갈려 최종 선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맡겨지게 됐다. 이 결정에 따라 120만 대 이내 물량에도 최대 20%의 관세가 붙을 수 있다. 세탁통과 캐비닛 등 부품에도 5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3년간 50∼40%의 관세가 순차적으로 부과된다. 사실상 모든 부품에 관세가 붙게 된 셈이다.

삼성과 LG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세탁기 공장 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LG는 2019년 초로 예정된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가동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길 계획이다. 삼성은 건설 중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에서 내년 1분기(1∼3월) 중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양사는 부품업체를 미국에 진출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외교부 및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와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안에 서명할 때까지 이번 조치의 문제점을 최대한 알려 쿼터 내 물량에 대해서까지 20%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을 막을 방침이다. 업계는 쿼터 내 물량에도 20%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이 10∼15%는 올라갈 텐데 이는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일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국이 세이프가드 시행을 강행하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여부 등을 분석해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ITC 권고안을 보고받고 그 후 60일 이내 최종안을 결정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김재희 jetti@donga.com·김성규 / 세종=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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