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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서열 2위 앞세워 4위 쳐내… 김정은 軍직할통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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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서열 2위 앞세워 4위 쳐내… 김정은 軍직할통치 예고

신나리기자 입력 2017-11-21 03:00수정 2017-11-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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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황병서-김원홍 처벌 첩보”
김정은 앞에서 무릎 꿇고 입도 가렸지만… 2015년 12월 제4차 포병대회 당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앞에서 왼손으로 입 전체를 가린 채 말을 하는 모습. 황병서는 왼쪽에 자신의 의자가 마련돼 있는데도 김정은의 눈높이보다 아래를 보며 무릎을 꿇어 화제가 됐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군 서열 1위인 황병서가 처벌을 받았다”고 보고한 첩보가 사실이라면 김정은의 노동당 정상화 작업이 사실상 절정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선군(先軍)정치로 몸집이 커진 군의 힘을 누르고 당의 주도권과 기능을 회복하려는 차원인 셈이다.

국정원은 이날 “최근 군이 너무 당 위에 있다고 당 지도부가 판단해 일부 부패한 정치 장교를 검열을 통해 친 것”이라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열을 주도한 이는 현재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며 피해자는 서열 4위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 등 군 총정치국 정치 장교들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 후 6년간 북한군을 당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해 집중했다. 방식은 숙청과 검열이었다. 이런 신호는 최근에도 이미 여럿 감지됐다. 지난달 초 김정은이 당 2차 전원회의에서 보여준 파격인사, 이달 초 국정원이 ‘최근 북한 주요 동향’ 보고에서 공개한 김정은의 간부 동향 감시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에서 황병서가 최룡해보다 호명 순서가 뒤로 밀린 점을 들어 이번 첩보가 결국 권력 투쟁의 산물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처벌과 검열 작업의 진짜 ‘주인공’은 김정은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김정은이 최룡해를 매개로 군에 대한 간접 통제에서 직할 통치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전원회의 인사에서 보여준 과거 인물들의 퇴장처럼 군 쪽의 ‘올드보이’인 황병서를 뉴페이스로 교체하려는 큰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황병서였을까. 처세에 능한 황병서는 2012년 김정은 집권 후 북한 내 숙청 릴레이와 권력 부침 속에서도 5년간 순탄했다. 그는 당에서 군으로 이동한 정치 엘리트로 잘 알려져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황병서가 이끌던 군이 비대해지면서 위로 머리를 든 세력을 눌러줘야 되는데 김정은이 ‘혁명화 교육’을 갔다 왔던 최룡해를 이용해 북한식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군을 장악하려는 김정은이 황병서와 김원홍과 같은 최고위급 정치군인들을 치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주도의 검열 작업에 대해 국정원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년 전 사례는 김일성 사후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일이 1997년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김일성의 측근을 대규모로 숙청한 일명 ‘심화조(深化組)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화조는 주민등록 관련 문건을 심화한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김정일이 사회안전부(현 인민보안성)에 심화조를 구성해 김일성 측근 2만5000명가량을 대숙청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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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정원은 황병서가 실제로 숙청을 당해 완전히 제거가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빨치산 출신인 아버지 최현의 아들로 한때 북한 내 2인자로 알려진 최룡해도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3차례 혁명화 교육을 받고 복권된 전력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숙청된 줄 알았던 북한 인사들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원홍도 한참 안 보이다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황병서는 지난달 13일 북한 매체에 군 총정치국장 직책으로 등장한 이후 공개적인 행사에는 행보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한 내부 단속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남 원장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을 주기로 지도부끼리 이전투구를 하게끔 하고 충성을 유도해 체제 권력을 공고히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두 달 넘는 북한의 도발 휴지기는 국제 정세를 관망하기 위한 일종의 ‘뜸 들이기’인 동시에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시기라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의 추가 핵 도발 동향에 대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 임박 징후가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김정은의 결단에 따라 언제라도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황병서#처벌#직할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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