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7년간 벌어진 살인사건, 범인은 어디에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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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은 그곳에 있다/시미즈 기요시 지음·문승준 옮김/404쪽·1만6500원·내친구의서재

저자는 올해 59세의 일본 니혼TV 기자다. 주간지 포커스 기자로 일하던 41세 때 한 기차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용의자를 경찰보다 먼저 찾아내 신고했다. 이후 수사당국이 사건을 왜곡, 축소시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을 보도해 관련 경찰을 면직에 이르게 했다.

이 책은 그가 10년 전 취재한 ‘북관동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의 기록이다. 미해결 사건에 대한 탐사취재 프로그램을 제작해 1년간 방영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가 집어 든 파일은 1996년 군마현 오타시에서 네 살 여자아이가 행방불명된 사건.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그는 사건 현장 인근에서 17년간 유사한 5건의 소녀 유괴 살해사건이 벌어졌음을 확인한다.

“나 같은 일개 기자 나부랭이조차 알아차릴 정도의 연쇄 강력범죄를 노련한 형사들과 다른 언론사가 몰랐을 리 없다. 다들 잠잠한 까닭은 내가 연쇄사건이라고 본 5건 중 4번째 사건의 범인이 이미 체포됐기 때문이었다.”

1990년 파친코 가게에서 네 살 여자아이를 유괴해 살해했다고 자백한 범인은 40대 중반의 유치원 버스 기사였다. DNA형(形) 감정 결과가 증거로 인정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그러나 지은이는 앞서 발생한 다른 사건들에 대한 자백이 나왔음에도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된 점, 6년 뒤 유사 사건이 다시 발생한 점, 재판 중 피의자가 여러 차례 자백 내용을 부인한 점에 주목했다.

현장 취재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의 증거가 오직 과학경찰연구소의 DNA형 감정 결과뿐이라는 사실, 또한 그 감정 방법이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의 집요한 취재는 결국 사건 재심과 검찰의 사죄 표명을 이끌어낸다.

“진범이 아닌 이를 기소해 17년 반이나 복역시켰습니다.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뿐이다. 마지막 장(章)에서 저자는 진범이 여전히 세상을 활개치고 다니고 있음을 밝힌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원인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인간과 사회에 있다는 성찰, 그 흐름을 굳이 거슬러야 하는 까닭에 대한 고민을 눌러 담은 책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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