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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만 남기고 몸통 뜯어간다’…가양동 ‘비둘기 노인’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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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만 남기고 몸통 뜯어간다’…가양동 ‘비둘기 노인’ 괴담

뉴스1입력 2017-11-15 06:39수정 2017-11-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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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모이로 비둘기 유인…길가에 사체 유기도
“잡아먹는다” 소문도…시민단체 “사실이면 고발조치”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주공아파트 단지 앞에 버려진 비둘기 사체. 비둘기는 몸통이 사라진 채 가죽과 다리만 남아 있었다.2017.11.14/뉴스1© News1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주공아파트 놀이터에는 비둘기에게 준 것으로 보이는 빵조각과 쌀알들이 곳곳에 널려있다.(위쪽) 비둘기들이 날아와 모이 근처로 모여들고 있다. 2017.11.14/뉴스1© News1

“가죽이랑 다리만 남기고 몸통을 뜯어가는 거예요.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고….”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자 길가에 낙엽과 뒤엉켜 언뜻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몸통은 사라진 채 다리와 날개만 남은 비둘기 사체였다.

이 아파트 일대에서는 한 노인이 아침마다 빵조각을 주며 비둘기를 유인한 뒤, 비둘기를 잡아먹는다는 엽기적인 ‘비둘기 괴담’이 돌고 있다.

◇비둘기 잡아먹는 노인 ‘괴담’…온라인 제보까지

비둘기를 잡아 가죽만 버리고 가져간다는 정체불명의 노인 A씨의 존재는 이미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괴담으로 통하고 있었다.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검은색 항공점퍼를 입은 왜소한 70대 노인이 아침마다 나타나 아파트 놀이터나 단지 입구 길가에서 모이를 주며 비둘기를 유인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아파트단지 한켠에 마련된 놀이터에는 아침까지 A씨가 비둘기에게 준 것으로 보이는 쌀알과 빵 조각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모이를 본 비둘기들은 이따금 날아와 부스러기를 콕콕 쪼아댔다.



간간이 아파트 놀이터로 산책을 나온다고 밝힌 백모씨(35)에게 A씨의 존재를 묻자 “아침마다 놀이터를 오가며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노인을 알고 있다”며 “비둘기를 잡아가거나 죽이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오가는 사람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비둘기에게 손을 뻗치는 모습은 가끔 봤다”고 전했다.

2년째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신모씨(44·여)도 “아파트를 오가다 길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비둘기 사체를 종종 봤다”며 “A씨가 비둘기를 잡아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심스럽다. 그런 사람이 동네를 배회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섬�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둘기 사체와 함께 ‘괴담’이 퍼지면서 민원과 온라인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꼭 막아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제보가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제보자 이모씨(42·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 달 사이 2~3차례나 희생된 비둘기 사체를 발견했다”며 “끔찍한 비둘기 사체가 공공연하게 길가에 방치된 광경을 보면 오싹한 기분마저 든다”고 밝혔다.

이씨가 희생당한 비둘기 사체를 발견한 것은 지난달 초였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선 이씨는 아파트 입구에 쪼그려 앉아 비둘기에게 빵조각을 주는 A씨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씨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한 아주머니가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A씨를 감시하듯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선 A가 사라지자 이씨는 아주머니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비둘기 노인’ A씨가 아침 7시마다 아파트 인근을 돌며 비둘기에게 빵 부스러기를 던져주고, 비둘기가 접근하면 덥석 잡아 가져간 뒤 잡아먹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이를 막기 위해 A씨를 감시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씨는 “서울 주택가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소름 끼치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 이에 대한 문제제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 경비실에 민원도…시민단체 ‘사실이면 고발하겠다’

‘비둘기 사냥’을 문제 삼은 일부 주민들이 한 차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은 못 찾고 있다.

이씨는 “일부 주민이 경비실로 찾아가 민원을 넣었지만, 주인이 없는 비둘기를 잡는 행위가 위법사항인지도 불투명한 데다 일각에서는 비둘기를 유해동물로 보기 때문에 경찰신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경비실도 ‘물증’이 없으면 문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경비원은 “놀이터나 길가에서 모이를 주거나 새총으로 비둘기를 사냥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가끔 들려온다”면서도 “실제로 비둘기를 잡거나 죽이는 현장을 포착하지 않으면 조치를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관할 경찰서인 서울 강서경찰서도 “비둘기를 잡아서 몸통을 뜯어간다는 내용의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동물권 관련 시민단체는 “비둘기 괴담이 사실이라면 즉각 고발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영기 동물권 단체 ‘케어’ 사무국장 “무지나 혐오에 의해 비둘기를 사냥하는 동물학대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며 “먼저 A씨라는 사람이 실제로 비둘기를 유인해 살해하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A씨의 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증거를 모아 고발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야생동물에 대한 혐오범죄는 드문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서울 관악구 난향동과 행운동에서 목과 다리가 잘린 새끼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임 사무국장은 “비둘기가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긴 하다”면서도 “야생 비둘기라고 하더라도 관공서 직원이 아닌 일반인이 임의로 잡아 죽이는 것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불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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