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2만장… 애국가 지도로 ‘독도 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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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땅” 홍보 서예가 조용군씨

애국가 가사 208자로 채워 만든 ‘애국가 지도’를 들고 있는 서예가 조용군 씨. 조 씨는 “독도를 지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도를 그려 나라를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애국가 가사 208자로 채워 만든 ‘애국가 지도’를 들고 있는 서예가 조용군 씨. 조 씨는 “독도를 지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도를 그려 나라를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허름한 가방 안에는 한지(韓紙)에 그려진 한반도 지도 10장이 들어있었다. 지도는 독특했다. ‘동해물과’부터 ‘보전하세’까지 애국가 가사로 채워진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14년째 애국가 지도를 직접 만들고 있는 서예가 조용군 씨(82)의 작품이다. 독도의 날(25일)을 앞둔 20일 조 씨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지도에선 애국가 가사 ‘…화려강산’의 ‘산’으로 표현해 낸 독도가 유독 눈에 띈다. 태극기와 함께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도 함께 표시돼 있다. 208자의 가사로 채워진 지도는 모두 조 씨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내려간 것이다.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먹을 갈고, 붓을 잡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가로 45cm, 세로 70cm 크기의 지도를 만들려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3∼4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2시간이면 완성한다”고 말했다.

조 씨가 애국가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 재단사와 건물 관리직 등을 마치고 퇴직한 그가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우연히 한자로 만들어진 애국가 지도를 발견한 것. 그는 “동해수(東海水) 백두산(白頭山)처럼 한자로 채워져 있다 보니 와닿지 않았다”라며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글로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이 찾아와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됐다. 그는 “서예만큼 예민한 것이 없어서 한번 붓을 잡고 쭉 써 내려가지 않으면 지도를 망친다”며 “눈이 불편해 초점이 잘 맞지 않지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더 수려한 글씨의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지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교육기관 등에 지도를 배포했다. 2004년부터 그가 배포한 애국가 지도는 올 10월 현재 2만 장에 달한다. 전국 초중고교부터 국립한글박물관,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청까지 다양한 곳에 기증돼 있다. 그가 이처럼 애국가 지도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뭘까.

“국립해양수산학교를 졸업해 어렸을 때부터 늘 독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주위에선 누구나 아는 지도를 굳이 왜 애국가 가사로 표현하냐고 묻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전국의 학교, 집집마다 독도가 정확히 표기된 애국가 지도가 있다면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가장 큰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조용군#독도#독도 홍보#애국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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