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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상준]안 하느니만 못한 文대통령 일정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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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상준]안 하느니만 못한 文대통령 일정 공개

한상준 기자 입력 2017-10-24 03:00수정 2017-10-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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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10월 일정표.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상준 기자
‘비서실 일일현안보고, 비서실 일일현안보고, 비서실 일일현안보고….’

청와대가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일정에는 ‘비서실 일일현안보고’만 총 아홉 차례 등장한다. 청와대는 이날부터 월요일마다 지난 1주일간의 문 대통령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처음으로 공개한 지난 3주간의 일정을 보면 과연 ‘대통령 일정의 투명한 공개’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는 보고의 주체를 내각, 비서실, 안보실 등으로만 표시해 국민은 누가 어떤 보고를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도 일정 공개에 포함하지 않았다. 18일 문 대통령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과 만찬을 가졌지만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일정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일정 공개는 주변국과 비교하면 ‘공개’라고 표현하기도 어렵다.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당일 핵심 일정은 물론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주요 보고자의 소속과 이름까지 밝힌다. 일본 국민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누구와 골프를 쳤는지, 어느 식당에서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일본 신문에는 ‘수상 동정’, ‘아베 일지’ 등 총리의 분 단위 일정을 다루는 코너가 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부족함을 인정한다. 경호와 보안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대통령 일정 공개를 결정한 것은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중단’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일정 공개를 약속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숱한 비공개 일정들이 초래한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안 하느니만 못 한 공개”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매달릴 만한 공약이었는지 짚어볼 일이다. ‘대통령의 24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면서 정작 비공개 오찬, 만찬을 누구와 했는지조차 밝힐 수 없다면 차라리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약을 서랍 속에 넣어두면 어떨까. 지금 궁금한 건 대통령의 ‘업무 일정’이 아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일정#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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