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계 없는 절대권력’ 시진핑이 불러올 東北亞 패권구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0시 00분


코멘트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오늘 폐막한다. 내일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시진핑 주석 집권 2기의 새 지도부가 윤곽을 드러낸다. 지금까지의 불문율과 달리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의 후계자가 지명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장(黨章)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삽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시 주석이 강력한 1인 체제를 굳히면서 신중국 건설자인 마오쩌둥, 개혁·개방 시대를 연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오른다는 의미다.

시 주석의 절대권력 강화는 덩샤오핑이 세운 격대지정(隔代指定·전전임 최고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후임을 지정하는 것) 원칙을 깨는 것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시 주석도 전임자인 후진타오가 집권 2기를 시작한 2007년 10월 전전임자인 장쩌민의 후원으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면서 후계자로 떠올랐다. 시 주석 권력 강화의 목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 청사진과 맞물려 있다. 그는 2050년까지 미국에 맞서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싸워 이길 수 있는 세계 일류 군대의 건설도 포함됐다. 세계적 차원에서 초강대국의 지위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최초로 공식 선언한 셈이다.

앞으로 중국은 대외적으로 한층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외교는 폐기됐고 이제 ‘분발유위(奮發有爲·분발해 성과를 이뤄낸다)’로 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18일 당 대회 개막 보고에서 ‘상호존중과 협력·상생에 기초한 신형 국제관계’ 구상을 밝히면서도 “어떤 나라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국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선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향후 중일 영토 분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더욱 거칠어질 것이다.

시 주석의 한층 커진 권력은 ‘힘의 정치’를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누구보다 먼저 알아봤다. 그는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에겐 이전 중국 지도자들이 거의 가진 적이 없던 것이 부여될 것”이라며 북핵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미중 양국의 전략적 협조와 공존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두 강대국은 오히려 무한경쟁의 시대, 갈등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더 높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내걸고 22일 일본 중의원 선거를 대승으로 이끈 아베 신조 총리가 초강력 대북 압박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북한 김정은의 핵보유국 야욕에 이미 미중 양국은 대결이냐 빅딜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최고 권력자가 하나같이 국수적 애국주의를 부채질하며 패권 경쟁을 강화하는 ‘스트롱 파워’에 둘러싸인 한국이 헤쳐가야 할 길은 더욱 험난하고 비좁을 수밖에 없다. 큰 그림을 보면서 비상한 각오로 자강(自强)하지 않는다면 강대국들의 전략적 선택 앞에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시진핑#중국 공산당 당대회#덩샤오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