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 3025일 만의 ‘미키마우스 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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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스윙잉스커츠 17언더 우승… 2009 US여자오픈 이후 첫 트로피

한화 제공
한화 제공
사실상 우승을 확정한 상황이었지만 지은희(31·한화·사진)는 웃지 않았다. 신중하게 챔피언 퍼트를 한 그는 공이 홀로 사라진 뒤에야 활짝 웃었다. 그는 “워낙 오랜만의 우승이라…. 경기 내내 떨지 않다가 18번홀에 오니 갑자기 떨렸다”고 말했다. 전날 밤 잠자기 직전까지 퍼트 연습을 했을 만큼 부담감이 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중 ‘맏언니’인 지은희가 8년 3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는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스윙잉스커츠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11언더파)를 6타 차로 따돌린 완승이었다.

6타 차 선두로 출발한 지은희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치며 깔끔하게 우승을 확정지었다. 2009년 7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3025일 만에 통산 3승을 거뒀다. 지은희는 “US여자오픈 우승 때만 해도 젊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후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이번 우승이 US여자오픈 우승 때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 가평 출신인 그는 수상스키 국가대표 출신의 골프광인 아버지 지영기 씨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북한강에 거리를 표시한 스티로폼 부표를 설치해 놓고 아이언 샷을 치며 실력을 키운 그는 US여자오픈 우승을 통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웃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양이 닮아 ‘미키마우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스윙 교정과 함께 슬럼프에 빠져 오랫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은희는 “최근 스윙을 간결하게 바꾼 것이 효과를 봤다. 후배들에게 어려운 시기가 와도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화 골프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내게 동기 부여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은희의 우승으로 한화 골프단은 LPGA투어 5승(김인경 3승 등), 국내 투어 3승, 일본 투어 2승을 합해 10승을 거뒀다.

한편 지은희의 우승으로 올 시즌 한국 선수는 LPGA투어에서 15승을 합작해 2015년 세운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남은 4개 대회에서 1승을 추가하면 새 기록을 세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lpga 스윙잉스커츠#프로골퍼 지은희#미키마우스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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