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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살아가는 당신에게’

장원재 특파원 입력 2017-10-23 03:00수정 2017-10-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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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 건 축복" … 106세 의사의 마지막 말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

올해 7월 106세로 세상을 떠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세이로카(聖路加) 국제병원 명예원장을 일컫는 말이다. 100세가 넘어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평생 현역’으로 불리던 그의 마지막 말을 모은 책 ‘살아가는 당신에게’(사진)가 지난달 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본에서 화제다.

히노하라 원장은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 전 총리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인정받는 의사였다. 하지만 1970년 적군파에 의한 비행기 납치 ‘요도호 사건’으로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나며 ‘앞으로의 인생을 다른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전국을 돌며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전도사로 거듭났다.

책에서 그는 유언을 남기는 것처럼 삶과 죽음, 고통과 행복, 가족과 우정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평생 200권 이상의 책을 낸 그가 죽음의 목전에서 남기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책은 ‘죽음이 무섭지 않으냐’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히노하라 원장은 “듣는 것만으로 다리가 떨릴 정도로 무섭다”고 솔직하게 답한다. 하지만 이어 “죽음과 생명은 나눌 수 없는 것이며 도망갈 수도 없다. 단지 부여받은 사명을 완수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에게 나이를 먹는 것은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축복이다. 그는 “최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면서 “지금도 심장에 문제가 있지만 인간은 역경을 겪으면서 비로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과거의 껍질에서 벗어난다”고 말한다.

자신의 진정한 친구로 한국인 성악가 배재철을 꼽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배 씨는 암으로 목소리를 잃었다가 일본인 프로듀서와 의료진의 도움으로 목소리를 되찾았다. 히노하라 원장은 102세 때 배 씨의 열창을 접하고 “노래로 신의 존재를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감동했다. 이후 열성적인 후원자로 변신해 전국을 돌며 10회 이상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이 책은 히노하라 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11회에 걸쳐 말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미 몸이 쇠약해 바깥 활동을 못 하게 됐지만 ‘이 책만은 꼭 남기겠다’며 20시간 이상 열변을 토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남은 인생의 여행을 이어가고 싶다”고 다짐했고 반년 후 가족의 축복 속에 세상을 떠났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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