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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 50대, 재취업 로드맵 만들어 ‘新중년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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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 50대, 재취업 로드맵 만들어 ‘新중년 업그레이드’

유성열기자 , 정민지기자 입력 2017-10-23 03:00수정 2017-10-2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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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1> ‘제2 인생’ 향해 다시뛰는 사람들… 31일, 11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대기업 퇴직 후 전문성을 살려 중소기업에 취업한 최재영 씨가 21일 서울 중구의 한 교육센터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심사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
“이력서를 수십 군데 냈지만 저 같은 50대는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열매가 맺힌다고 생각하고 저만의 ‘로드맵’을 만들며 준비했습니다.”

대기업(포스코ICT)에서 잘나가던 보안 전문가 최재영 씨(52)의 이야기다. 지난해 1월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했고, 한 정보기술(IT) 중소기업에 들어갔지만 임금이 체불되며 이내 그만뒀다. 직무를 바꾸려고도 해봤으나 50대의 나이엔 무리였다. 아내가 간호조무사 일을 재개했지만, 수입이 적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돌려 막으며 지내야 했다. 31일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틀간 열리는 ‘2017 리스타트 잡페어’는 최 씨와 같은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여성, 청년 등 취업 취약계층에 특화된 일자리 박람회다.

○ 일자리로 희망 찾은 신(新)중년

최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전에 따놓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심사원 자격증이 있었다. 교육을 받고, 구직하는 생활이 반복되던 지난해 8월 드디어 ‘위키 시큐리티’라는 중소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최 씨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사업 제안서를 넣었다 떨어진 곳인데, 당시 대표가 최 씨를 눈여겨봤던 것이다.

인턴으로 입사한 최 씨는 이내 발군의 능력을 보였고, 12월부터는 정규직으로 전환돼 일할 예정이다. 비록 월급은 이전 회사의 절반 수준이지만, 소중한 일터다. 그는 “자기의 능력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며 “재취업 핵심 역량을 미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퇴직한 뒤 4개월 만에 재취업에 성공한 김도영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장이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센터에서 퇴직 예정 직원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정부는 최 씨와 같은 중장년들의 노동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新)중년 인생 3모작’ 방안을 올해 8월 내놨다. 이들은 고도성장의 주역이지만,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정책이 청년과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에 정부는 약 1340만 명에 이르는 5060세대를 일컫던 고령자, 노인 등의 부정적 용어를 폐기하고 ‘신중년’으로 명명한 다음 △인생 3모작 설계 지원 △65세 이상 실업급여 지급 △귀농·귀촌·귀어 자금 지원 등의 지원책을 내놨다.

국민은행 지점장으로 지난해 7월 명예퇴직한 김도영 씨(58)는 ‘신중년 재취업’의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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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2014년 1월 임금피크에 들어갈 때부터 재취업을 준비했다. 은행원 35년, 사내강사 경력 등을 활용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후배들의 전직을 돕는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퇴직하자마자 노사발전재단에서 사회공헌 전문위원으로 3개월간 근무했고,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퇴직 설계 과정 등 관련 교육을 착실히 받았다.

마침 지난해 11월 국민은행이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경력컨설팅센터를 만들면서 김 씨를 센터장으로 임용했다. 김 씨는 재취업 경험을 활용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후배들에게 각종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김 씨는 “본인이 잘하는 일에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장년들이 선택과 집중을 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맞춤형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청년과 여성도 일자리로 리스타트

고향인 전북 고창군에서 새 일자리를 찾은 엄정우 씨가 농촌체험 테마파크인 상하농원 텃밭 체험장 앞에서 호박을 들고 서 있다. 상하농원 제공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세대에게도 희망은 일자리다. 최근에는 수도권을 떠나 지방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 데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엄정우 씨(30)는 경기 안성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다 2015년 퇴사한 뒤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해 1년 가까이 쉬었다. 결국 부모가 있는 전북 고창에 머무르던 중 다행히 일자리를 찾았다. 매일유업이 고창군에서 운영하는 농촌체험형 테마파크 ‘상하농원’에 지난해 7월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엄 씨는 농원을 찾아온 학생이나 가족들에게 텃밭이나 유리온실에서 농촌체험 교육을 한다. 참가자들에게 만화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로 불린다는 그는 “햇볕에 얼굴이 많이 타서 외국인처럼 보이는지 ‘외국인이 한국말을 참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몸은 고되지만 고향에 와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일하는 게 좋은 점이 많다. 또 고향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리스타트’도 활발해지고 있다. 조영순 씨(51·여)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숙박 앱 ‘야놀자’가 운영하는 ‘하우스키핑 코디네이너 인재양성 과정’을 밟았다. 어린이 교육교재 영업직 경험만 있었던 조 씨에게 침대 시트와 이불을 가는 것처럼 몸을 쓰는 일은 처음이었다. 교육 수료 후 그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다.

조 씨는 ‘평생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재취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이 일은 숙련도만 있으면 70대까지 가능하다. 어느 도시든 호텔은 있으니 일자리도 그만큼 많은 셈”이라고 말했다. 일을 하며 자신감을 덤으로 얻었다.

그는 “처음엔 외국인 얼굴만 봐도 무서웠지만 지금은 복도에서 먼저 인사하고, 약간의 영어 단어도 알아듣기 시작해 손님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 놀랍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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