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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전 전두환-노태우 재판때도 변호인 총사퇴→국선 선임→유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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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전 전두환-노태우 재판때도 변호인 총사퇴→국선 선임→유죄 판결

이호재기자 , 권오혁기자 입력 2017-10-21 03:00수정 2017-10-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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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21년전 전두환-노태우 재판때도 변호인 총사퇴→국선 선임→유죄 판결
법조인 대다수 “유무죄 결론 못바꿔”… “1심 포기 항소심 노린 전략” 분석도
1996년 12월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오른쪽)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쿠데타 및 비자금 항소심 재판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각각 1심에서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무기징역형과 징역 17년형으로 감형됐다. 동아일보DB
5월 23일 첫 재판이 열린 이후 법정에서 줄곧 침묵을 지켜온 박근혜 전 대통령(65). 재판부가 구속 기한 연장 결정을 내린 직후 박 전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재판 보이콧’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법정에서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실상 재판 불복을 선언했고 19, 20일 재판에 연 이틀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선택이 앞으로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법조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 “재판 보이콧, 법적 효과는 낮아”

“1심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어야 했다. 애초부터 그랬다면 사법적으로 허용되는 최대한의 선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A 전 대법관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불복 선언이 나온 직후 이렇게 말했다. 변호인단이 사임을 하려면 5월 23일 첫 공판에 했어야 하며 이제 와서 전원 사임을 한 것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것이다. A 전 대법관은 “지금이라도 모든 증거에 동의하고 재판장에게 재판 결과를 모두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전략이 “재판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B 고법 부장판사는 “변호인이 사임을 해도 이전에 한 말과 주장한 논리는 전부 재판 기록에 담겨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이) 뇌물죄 등 주요 혐의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재판이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해도 유·무죄 결론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선택이 재판부의 양형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C 고법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형량을 결정할 때는 박 전 대통령의 태도가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 대표 D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원칙적으로 불구속으로 해야 했다”며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이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 朴의 ‘정치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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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은 박 전 대통령의 전략을 재판보다는 정치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E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1심 재판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재판 보이콧’은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포석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F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을 보고 1심 재판을 포기하기로 했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분위기를 돌려놓은 뒤 항소심 재판에서 처음부터 다시 다투는 편이 낫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선언이 지닌 정치적 의미를 감안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법적으로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검찰로서는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지정하고 재판을 재개하면 그에 따르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 전, 노 전 대통령 재판과 ‘판박이’

21년 전 법정에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전략을 폈다. 12·12쿠데타 및 비자금 재판이 한창이던 1996년 7월 8일 두 전직 대통령의 변호인 8명은 “재판부가 유죄 예단을 갖고 있다”며 전원 사임했다. 당시 이양우 변호사는 법정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각하,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한 뒤 퇴정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16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며 울먹인 일을 떠올리게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부터 재판에 불참했다가 사흘 만인 11일 다시 출석했다. 두 사람은 교도소장이 “저희는 재량권이 없다. 재판부가 강제로 모셔오라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자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당시 재판에서도 법원은 두 전직 대통령의 1차 구속 기한 만료가 다가오자 공소장에는 있지만 구속영장에는 들어있지 않은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직권 발부했다. 사선변호인단이 떠난 자리를 국선변호인들이 대신한 것도 박 전 대통령 사건과 ‘닮은꼴’이다. 당시 국선변호인들은 “12·12사건 등은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무죄”라며 최후변론까지 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 기자
#박근혜#재판#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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