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0월 19일] 전해지지 않던 ‘별채 탈’, 2007년 日서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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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 탈로 추정되는 탈과 여러 종의 하회탈.  동아일보DB
별채 탈로 추정되는 탈과 여러 종의 하회탈. 동아일보DB

우리나라의 탈 중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탈은 ‘하회탈’이다. ‘익살과 해학의 미소’로 유명하다. 많은 탈 가운데 유일한 국보(121호)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별신굿을 할 때 쓰여 ‘하회탈’로 불린다. 하회탈은 본래 13종이나 된다. 양반, 선비, 할미, 초랭이(양반의 하인), 각시, 부네(기생), 중, 이매(선비의 하인), 백정, 주지가 남아 있다. 별채, 떡달이, 총각 3종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하회별신굿 탈놀이는 사라진 3종의 역할을 비워둔 채 공연을 했다.

그런데 2007년 10월 19일 일본 구마모토현 야쓰시로 시립박물관에서 조선 시대의 탈 하나가 전시됐다. ‘조선고면(朝鮮古面)’이라는 이름이었다. 바로 옆에는 한국의 하회탈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쓰인 패널이 걸려 있었다. 전시 당시 후쿠하라 도루 학예계장은 “하회탈 사진과 비교해 보면 눈의 표정이나 뺨의 주름, 코의 느낌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전시된 ‘조선고면’은 구마모토 현 마을 농민의 집에서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가져온 커다란 가면’이라며 보관중인 거였다. 40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과 16면에 단독기사로 이 탈의 발견 소식을 전했다. 사라진 하회탈 가운데 하나인 ‘별채(세금을 징수하는 관리) 탈’로 추정된 거였다. 그해 8월에 농가 가정에서 탈을 찾아낸 야쓰시로 박물관 측이 국내 학계에 고증을 부탁해 왔다.
별채 탈로 주정되는 탈의 발견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2007년 10월 19일자 1면.
별채 탈로 주정되는 탈의 발견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2007년 10월 19일자 1면.

학계가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코와 광대뼈의 생김새와 옻칠 등 제작기법이 하회탈과 같다고 결론 내렸다. “별채 탈은 사라져 형태를 알 수 없지만 탈의 얼굴 모양으로 보아 세금을 징수하는 포악한 관리인 별채탈일 가능성이 높다.”(전경욱 고려대 교수·문화재전문위원) 실제로 지면에 공개된 탈의 표정은, 웃고 있되 혀를 빼물고 있는 험상궂은 형상이었다.

이 탈은 아직 별채로서의 고증이 상세하게 이뤄지지 않은 채 야쓰시로 박물관에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탈이 별채 탈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회별신굿 탈놀이에서 공연용으로 사용하는 탈을 만드는 김동표 하회동탈박물관장은 최근 이 탈을 복원한 뒤 “400년 전 이 탈의 제작자가 국보 하회탈을 만든 사람과 동일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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