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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때 사마란치 전용차… ‘88콤비버스’ 폐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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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때 사마란치 전용차… ‘88콤비버스’ 폐차 위기

최지선 기자 입력 2017-10-18 03:00수정 2017-10-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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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귀빈 이동 위해 특별제작
폐막후 올림픽미술관 전시됐다가 2003년이후 공원창고 등에 방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백제학연구소 귀퉁이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사실상 방치된 ‘88콤비버스’. 버스 옆에 청소도구와 연구소 비품들이 놓여 있어 전시하는 차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는 29년째 ‘달리지 못하는’ 버스가 있다. 공원 백제학연구소 야외 창고 한편에 먼지가 잔뜩 앉은 채 덩그러니 놓여 있다. 눈비를 맞아 차체는 군데군데 칠이 벗겨졌고 앞바퀴에는 거미줄이 생겼다. 연구소에서 쓰는 노란색 플라스틱 바구니 30여 개와 같이 뒹군다. 청소용 대걸레는 차에 기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말벌이 벌집을 짓는 바람에 소방관이 출동해 떼어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특별 제작한 ‘88콤비버스’다. 올림픽 이후 관련 단체가 외면해 쓰임새 없이 방치된 88콤비버스가 폐차 위기에 놓였다.

88콤비버스는 한때 ‘한국 스포츠의 오랜 벗’이라 불린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위해 특별 제작됐다. 사마란치 전 위원장은 1981년 IOC 84차 총회에서 88 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면서 “쎄울, 꼬레아!”를 외친 세계 스포츠계 거물이었다.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인상 깊은 축사를 남겨 한국인 뇌리에 남아 있기도 하다.

당시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사마란치 위원장이 국내외 귀빈들과 함께 타고 이동하도록 25인승 버스를 6인승으로 개조했다. 버스 제작사인 아세아자동차가 개조를 맡았다. 버스 좌석은 사무실용 고급 소파를 둥글게 배치해 사마란치 위원장과 내빈들이 서로 마주 보며 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앞 유리 위에 오륜기와 파랑 빨강 노랑으로 이뤄진 서울 올림픽 엠블럼을 그려 넣었다. 옆면에는 ‘GAMES OF THE ⅩⅩⅣTH OLYMPIAD SEOUL 1988’(제24회 서울 올림픽)이 굵게 적혀 있다.

88콤비버스는 올림픽이 끝난 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올림픽공원에 있던 올림픽미술관에 기증해 전시했다. 사마란치 위원장과 여러 국제경기연맹 회장 등이 서울과 지방을 돌며 탄 차량이라는 의미가 있어 보존할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2003년 올림픽미술관이 소마미술관으로 바뀌어 이전하고 그 자리에 한성백제박물관이 생기면서 88콤비버스는 애물단지가 됐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소마미술관에도, 백제 유물을 전시하는 한성백제박물관에도 ‘설 자리’가 없었다. 88콤비버스는 2003년 이후 훼손 상태가 심해질 때마다 간단한 보수만 하면서 방치됐다.

한성백제박물관 측은 더 이상 보관이 어렵다며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버스를 처분해 달라고 10일 공문을 보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버스가 기념물 목록에 없어 소유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공단 소유로 확인돼도 전시 공간이 마땅치 않으면 폐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우리나라는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세계 4대 스포츠 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스포츠 선진국인데 스포츠 유산 보존에는 미흡하다”며 “88콤비버스같이 의미 있는 유산은 지금부터라도 후세를 위해 잘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서울올림픽#사마란치#88콤비버스#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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