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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개 오크통서 年1000만병 뚝딱…“위스키의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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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개 오크통서 年1000만병 뚝딱…“위스키의 테슬라”

정민지기자 입력 2017-10-18 03:00수정 2017-10-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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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카발란’ 증류소 가보니
위스키를 마실 때 몇 년 산인지 따지는 것은 갈수록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짧은 숙성 기간에도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만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 카발란 직원이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는 위스키 원액을 채취해 맛과 향을 음미하고 있다. 왼쪽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대만 위스키 ‘카발란 클래식’ 카발란 제공
대만 타이베이 시내에서 차로 1시간 30여 분을 달리자 유럽의 작은 성 같은 풍광이 눈앞에 펼쳐졌다. 차에서 내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구수한 누룩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였다. 건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은 더 진하고 묵직해졌다.

6일 대만 북동부 이란(宜蘭)현에 자리 잡은 ‘킹카그룹’의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Kavalan)’ 증류소를 찾았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증류소에서 맥아(보리를 싹 틔운 것)만을 숙성시켜 만든 위스키다. 2006년 세워진 카발란 증류소의 넓은 잔디정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곳곳에는 예술작품도 설치돼 있다.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명소였다. 실제 지난해 100만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외국인 비중이 30%에 달한다고 한다.

증류소 내부는 발효와 증류 등의 모든 과정을 유리벽 너머로 지켜볼 수 있게 돼 있었다. 맥아를 분쇄하고 여러 번 물을 부으며 용해시키는 과정,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뒤 알코올을 정제하는 세부 작업들은 모두 자동화됐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온 위스키 원액은 오크통에 담겨 저장고에서 수년간 숙성된다. 이날 증류소 안내를 맡은 에마 린 카발란 해외사업부 담당자는 “1∼4층에 위스키가 담긴 오크통이 약 5만 개가 있다. 연간 생산량은 1000만 병”이라고 설명했다. 저장고는 특별한 장치가 없다. 자연스러운 통풍만 이뤄지고 있는 점이 오히려 특이해 보였다.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인 대만은 카발란 증류소가 들어서기 전까지 위스키 생산의 불모지였다.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는 연평균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낮다. 계절에 따른 기온 차가 적고 습도도 일정하다. 하지만 킹카그룹은 고온다습한 기후가 오히려 오크통의 풍미를 위스키에 빨리 스며들게 해 숙성을 촉진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자체 노하우가 담긴 증류기와 함께 영국 등에서 엄선한 맥아 및 오크통으로 품질을 끌어올렸다는 게 카발란 측 설명이다.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는 숙성 기간 단축이 큰 역할을 했다. 킴 루 카발란 해외사업부 담당자는 “스코틀랜드에서 4∼5년 발효시켜야 날 수 있는 풍미를 여기서는 1년 만에 낼 수 있다”고 했다.

숙성 기간을 줄였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컸다. 카발란은 ‘2016 월드 위스키 어워드(WWA)’에서 ‘최고의 싱글 캐스트 싱글몰트’ 상을 받았다. 이 밖에도 최근 몇 년 새 세계 주요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세계적 위스키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카발란 매출에서 유럽 시장 비중은 40%에 달한다.

카발란 위스키의 맛과 품질을 관리하는 이안 창 마스터 블렌더는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자동차 ‘모델3’으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카발란 위스키 역시 뛰어난 품질과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앞세워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싱글몰트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을까. 창 마스터 블랜더는 “깨끗하고 풍부한 물과 엄선된 오크통, 양질의 맥아를 확보한다면 한국에서도 위스키 생산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카발란 위스키는 지난달부터 한국 시장에서도 팔리고 있다. 위스키를 가장 잘 즐기는 법을 묻자 그는 “얼음 대신 물을 섞어 희석해 마시면 위스키 향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을 즐길 때처럼 위스키도 생선이나 쇠고기 등 곁들이는 음식과 궁합을 맞춰 천천히 음미해보라”고 권했다.

이란(대만)=정민지 기자 jmj@donga.com
#대만#카발란#증류소#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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