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1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이 상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와 동아일보사는 매년 인촌 선생의 탄생일(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교육) △강효 줄리아드음악원 교수(언론·문화)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인문·사회) △김종승 고려대 교수(과학·기술)는 각각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 수상자 공적은 9월 5일자 A8면 참조
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복잡하게 얽혀가는 북핵을 둘러싼 혼란이 인촌 선생의 리더십을 더욱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축사에서 “수상자들은 공선사후(公先私後), 신의일관(信義一貫)으로 헌신한 선생의 유지를 이어 큰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인촌상운영위원회(위원장 한승주)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7월부터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수상자를 확정했다.
교육 부문 수상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7)는 “6·25전쟁 시절 병상에서 일어나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던 인촌 선생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마음으로 가까이 모셨던 선생이 직접 상을 주시는 듯해 큰 영광”이라며 “제자와 함께 상을 받는 스승의 마음을 모르실 것”이라고 했다. 인문·사회 부문 수상자인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80)는 김 교수가 연세대 문과대에서 가르친 제자다.
몸이 불편한 이 교수를 대신해 부인 김정매 동국대 명예교수가 수상자로 참석했다. 부인이 읽은 수상소감에서 이 교수는 “말과 글에 대한 관심을 놓아본 적이 없다”며 “우리말 사전 편찬을 함께한 선배, 동료, 후배 학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인 강효 교수(73)는 “남은 삶의 기간 동안 무엇이든 더 잘해보고 싶은 의욕과 용기가 생겼다”며 “상금은 한국 음악계와 인재 양성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암 표적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공로로 과학·기술 부문에서 수상한 김종승 고려대 교수(54)는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함께 연구한 연구원들 덕에 보잘것없는 제가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과학 발전에 초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와 바리톤 서정학 씨가 축하 공연을 펼쳤다.
조종엽 jjj@donga.com·유원모·김민 기자
● 주요 참석자 명단
▽정·관·법조계=김수한 전 국회의장, 고건 노재봉 이홍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김종빈 전 검찰총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성엽 국회의원,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이진강 전 대한변협 회장, 장성원 전 국회의원, 정성진 대법원 양형위원장, 조영달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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