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함된 국제공동 연구진, 배아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 역할 규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02시 00분


코멘트
인간 생명 탄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역할을 한국이 포함된 국제공동 연구진이 밝혀냈다.

케이시 니아칸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유전자 교정 기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 배아 발달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했다고 ‘네이처’ 21일자에 발표했다.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김대식 서울대 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가 올바르게 작동했는지 확인하는 역할로 연구에 참여했다.

사람의 수정란은 세포 분열을 거듭해 200~300개의 세포를 가진 배반포까지 분화된 뒤 자궁에 착상된다. 이 과정에서 ‘OCT4 유전자’는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아가 될 세포, 태반이나 난황을 형성할 세포 등이 이 유전자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OCT4 유전자의 정확한 작용 기작을 규명하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수정란에 주입, 이 유전자의 기능을 꺼버렸다. 니아칸 교수는 “어떤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이 유전자가 없을 때 생기는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가위가 주입된 19개 배아 중 17개는 하나 이상의 할구(세포 분열에 의해 생겨난 세포)에서 OCT4 유전자의 변형이 일어났다. 변형이 일어난 배아는 배반포까지 성장하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김 연구원은 “쥐의 배아는 OCT4의 기능이 꺼져도 배반포까지 성장하지만 이와 달리 인간 배아는 성장을 멈춰버린다”며 “OCT4 유전자가 쥐와 달리 인간의 배아의 초기 발달에서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향후 인공 수정, 시험관 아이 등 난임 부부들의 치료에 기여할 전망이다. 수정란이 체내에 삽입된 후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아 발달 단계에서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가족력 질환 치료를 위한 이론적 근간도 마련된 셈이다.

니아칸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배아 발달 단계에 적용해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한 최초의 연구”라며 “OCT4 외 다른 유전자도 하나씩 멈춰가며 작동 과정을 확인한다면 생명 탄생에 관여하는 모든 유전자의 역할을 완벽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기자 ys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