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니아칸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유전자 교정 기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 배아 발달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했다고 ‘네이처’ 21일자에 발표했다.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김대식 서울대 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가 올바르게 작동했는지 확인하는 역할로 연구에 참여했다.
사람의 수정란은 세포 분열을 거듭해 200~300개의 세포를 가진 배반포까지 분화된 뒤 자궁에 착상된다. 이 과정에서 ‘OCT4 유전자’는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아가 될 세포, 태반이나 난황을 형성할 세포 등이 이 유전자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OCT4 유전자의 정확한 작용 기작을 규명하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수정란에 주입, 이 유전자의 기능을 꺼버렸다. 니아칸 교수는 “어떤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이 유전자가 없을 때 생기는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가위가 주입된 19개 배아 중 17개는 하나 이상의 할구(세포 분열에 의해 생겨난 세포)에서 OCT4 유전자의 변형이 일어났다. 변형이 일어난 배아는 배반포까지 성장하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김 연구원은 “쥐의 배아는 OCT4의 기능이 꺼져도 배반포까지 성장하지만 이와 달리 인간 배아는 성장을 멈춰버린다”며 “OCT4 유전자가 쥐와 달리 인간의 배아의 초기 발달에서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향후 인공 수정, 시험관 아이 등 난임 부부들의 치료에 기여할 전망이다. 수정란이 체내에 삽입된 후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아 발달 단계에서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가족력 질환 치료를 위한 이론적 근간도 마련된 셈이다.
니아칸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배아 발달 단계에 적용해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한 최초의 연구”라며 “OCT4 외 다른 유전자도 하나씩 멈춰가며 작동 과정을 확인한다면 생명 탄생에 관여하는 모든 유전자의 역할을 완벽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