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가 발목 잡았던 銀産분리 이젠 풀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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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터넷은행의 출자한도 완화를 검토하면서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가 9월 정기국회 화두로 떠올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예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최대 10%만 보유하고 의결권은 이 중 4%까지만 행사토록 규제하는데 인터넷은행에만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할 수 있다는 반대에 막혀 있던 은산분리 문제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4월 출범한 케이뱅크와 8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파격적인 대출금리와 송금 수수료로 고객을 모으면서 예대마진에 의존해온 금융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메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0% 한도에 묶인 현 지분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카카오뱅크는 6일 5000억 원을 증자했고 케이뱅크는 이달 말 1000억 원을 증자하며 대출여력을 늘리고 있지만 내년 이후 수요까지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도 막혀 무늬만 인터넷인 기존 은행의 아류에 머물지 모른다.

은산분리를 옹호하는 논리에는 규제개혁이 번번이 실패한 원인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인터넷은행에 예외를 두면 기존 은행업이 위축돼 일자리가 줄어들고 결국 일반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원칙도 무너질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규제를 혁파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것이다. 산업계도 은행업 진출 규제를 풀어야 원활한 자금 조달과 함께 신산업을 발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종룡 금융위원장부터 은산분리 완화를 강조했지만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발목을 잡았다. 여당이 된 만큼 민주당은 전체 경제를 조망하면서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대출을 늘리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특혜를 준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은행업의 진입장벽을 허문다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산업과 금융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식 규제에 머물러서는 핀테크(FinTech·금융기술)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없다.
#인터넷은행#출자한도 완화#케이뱅크#카카오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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