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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원전 17기 건설 시동 거는데… 입찰 시늉만 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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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원전 17기 건설 시동 거는데… 입찰 시늉만 내는 한국

이건혁기자 , 박민우특파원 입력 2017-09-19 03:00수정 2017-09-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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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소 20조 원으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최고책임자를 만나는 자리에 정책 결정권자가 아닌 서기관급 실무자를 파견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등 경쟁국들이 원전 수주를 위한 정상 외교에 돌입한 상황에서 상대국에 수주 의지가 없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외교 결례를 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이 주최하는 원전 프로젝트 설명회에 참석한 뒤 양자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르면 10월 중 1400MW(메가와트)급 원전 2기 건설 공사를 위해 국제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한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입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부총리급이자 사우디 원자력 정책 최고 책임자인 하심 야마니 K.A.CARE 원장이 나온다. 반면 한국에서는 서기관급인 원전수출진흥과장 직무대리를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부의 대표로 보냈다.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원전산업정책관(국장급)이 공석이라는 게 이유다. 한국 측 공식 대표는 신동익 주오스트리아 대사가 맡았지만 원전 수출 업무를 진두지휘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한국이 과장 직무대리를 보낸 사이 경쟁국들은 고위급 인사들을 투입해 본격적인 외교전에 돌입했다. 조 단위의 금액이 오간다는 점과 원자력의 민감한 특성을 감안해 국가원수의 뜻을 받들 수 있는 인사를 내세워 원전 수출 영업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직접 만났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해외 원전 수주는 한전의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국가 정상급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핵무장이 우려되는 상황 때문에 사우디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으로부터 이에 대한 협조를 받아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정상 외교가 아니면 풀기 어렵다.

사우디 원전 공사 계약 금액은 200억∼3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기 공사를 따냈을 때 총액이 40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47조 원)였다. 올해 8월 러시아가 이집트에 원전 2기를 지어 주기로 한 공사의 계약 금액은 300억 달러(약 34조 원)다.

사우디의 원전 프로젝트는 다음 달 나올 입찰 공고를 시작으로 2032년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바꾸고 산업개혁을 진행하기 위해 원전 17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전 측은 “사우디의 첫 번째 원전 계약을 따내면 나머지 원전 수주를 위한 고지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9년 원전 수출을 위해 정부와 한전을 중심으로 원전산업체를 모두 경쟁에 투입했고 한전 본사에 ‘워 룸’까지 설치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서 UAE 대통령을 설득하는 등 국가 역량이 총동원됐다.


하지만 탈(脫)원전을 추진하는 새 정부로서는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별개이며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전을 포기하겠다는 나라의 기술을 외국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부터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4기의 구조 결함 및 관리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특별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사우디#국제입찰#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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