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불러온 아리랑… 恨 아닌 힘의 노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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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공연 앞둔 경기민요 이춘희 명창

16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춘희 춘희 이춘희 그리고 아리랑’ 공연을 갖는 중요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춘희 명창. 그는 “아리랑은 우리나라 민요의 역사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월드뮤직”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민요협회 제공
16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춘희 춘희 이춘희 그리고 아리랑’ 공연을 갖는 중요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춘희 명창. 그는 “아리랑은 우리나라 민요의 역사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월드뮤직”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민요협회 제공
“프랑스와 독일에서 ‘아리랑’을 부르면 우리말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후렴구를 다 따라 불러요. 그들이 진중하게 우리 민요를 감상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놀라요.”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인 이춘희 명창(70)은 한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 통하는 소리꾼이다. 그가 16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자신의 삶과 노래를 풀어내는 ‘춘희 춘희 이춘희 그리고 아리랑’ 공연을 갖는다.

그가 꼽는 인생 최고의 ‘아리랑’ 공연은 2012년 12월 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 회의장에서 불렀던 노래다. 그는 당시 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축하공연을 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한복을 입고 회의장에서 11시간을 꼬박 기다렸다.

“오후 10시가 넘어서 아리랑 등재 소식이 발표된 후 제게 주어진 시간은 2분도 채 안됐어요.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을까 고민했죠. ‘아리랑∼’ 하고 시작하면 묻힐 것 같아서 시작부터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하고 치고 나갔어요. 1초라도 놓칠까 봐 무대 뒤에서 나가면서부터 불렀지요. 긴 회의에 피곤했던 사람들이 ‘이게 웬 아름다운 소리야?’ 하며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박수갈채를 보내는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신이 나서 2절까지 거푸 불렀지요. 노래가 끝나자마자 모두들 몰려나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우리 한국 사람들은 다 부둥켜안고 울었지요.”

이 명창은 “유네스코 세계 대표들에게 ‘역시 아리랑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믿음을 심어준 게 너무 영광스럽고 보람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상상축제’와 독일에서도 아리랑 공연을 했다. 2014년에는 라디오프랑스를 통해 ‘아리랑과 민요’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은 그해 독일음반비평가상 시상식에서 월드뮤직상을 받았다.

“어릴 적 서울 한남동에 살았는데 유일한 즐거움은 유성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였어요. 당시 황금심이 부른 ‘장희빈’의 주제가와 경기민요 소리에 홀딱 반했죠.”

그는 16세부터 명창 이창배, 안비취 선생의 제자로 들어갔고 1997년 50세의 나이에 경기민요 문화재 보유자가 됐다. 한때 대중가수를 꿈꿨던 그는 경기민요를 배우면서 “야즐자즐한 그 맛에 환장을 하겠더라”고 했다. 이 명창은 “판소리는 탁한 목소리인 반면 경기민요는 유리그릇처럼 투명하고 맑은 시냇물 같은 소리”라며 “경기민요에는 밝고 경쾌한 민요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맑고 청아한 슬픔을 담은 소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 ‘취화선’에서 주인공 배우 최민식이 떠날 때 배경으로 깔리던 ‘이별가’가 그의 목소리다.

이 명창은 “이춘희에게 인생은 노래였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평생 아리랑을 불러보니 슬픔과 한의 노래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우리 민족의 힘과 지혜가 담긴 노래”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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