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송현종]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상한제의 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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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요즘 일부 장기요양 관련 단체에서 장기요양보험에도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제란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가 소득수준별로 정해진 상한액을 초과하면 그 금액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의료기관인 요양병원 등에 적용되고 있다.

장기요양 관련 단체는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로 요양병원의 이용비가 요양시설보다 적어 요양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요양시설 이용 시의 장기요양보험도 상한제를 도입해야 요양병원으로의 쏠림도 막고 국민 부담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겠지만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본인부담금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건강보험은 질병에 따라 수천만 원의 예기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은 요양등급에 따라 비용을 사전에 정하고 이 비용의 일정 비율만큼 본인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1등급 어르신의 하루 이용비용은 5만9330원으로 정해져 있어 이 비용의 20%(1만1866원)만 개인이 부담하면 된다. 즉 장기요양보험에서는 본인부담의 상한금액이 정해져 있어 예기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요양시설에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하면 요양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본인부담상한제가 장기요양보험의 근간을 해치는 독소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노인을 기존의 생활로부터 격리시키지 않고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한 돌봄이다. 이러한 개념을 재가(在家)보호 우선 원칙이라고 한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이러한 개념을 근간에 두고 장기요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재가급여의 본인부담률은 15%, 시설급여는 20%로 차등화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요양보험에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하면 시설급여와 재가급여 이용자의 본인부담금이 일괄적으로 낮아진다. 가족부양 의식이 약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집에서 보호를 받던 어르신이 낯선 요양시설로 옮겨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요양시설 입소 대상자가 요양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의 역할 정립과 사회적 입원 방지라는 근본적인 방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즉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면 요양병원에서, 돌봄서비스가 필요하면 요양시설에서 어르신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재가보호를 견고히 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장기요양제도의 틀을 견고히 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장기요양보험#본인부담상한제#요양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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