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황금연휴, 서너배 뛴 항공권값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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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직장인 기효진 씨(27)는 추석 연휴(10월 3∼6일)가 포함된 이른바 ‘황금연휴’(9월 30일∼10월 9일)를 맞아 가족과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가족 4인 기준 항공권 가격이 10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을 보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유례없이 긴 연휴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많지만, 특정 날짜에 여행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항공권 등 여행상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여행가격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로 조사한 결과 황금연휴 기간 인천∼베트남 대한항공 왕복 항공편 가격은 126만5084원(9월 30일 출발 기준). 연휴 기간이 아닌 10월 27일 출발하는 경우(40만4104원)의 3배가 넘었다. 일본 오사카 왕복 항공편도 황금연휴 가격(103만2566원)이 10월 말(28만5200원)의 거의 4배에 육박했다. 태국 방콕의 경우도 평소 49만3400원이던 왕복 가격이 황금연휴 기간엔 242만677원으로 치솟았다.

국내 여행도 사정은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 대표적 국내 여행지인 제주도로 가는 항공편을 검색하자 직항표가 완전 매진돼 ‘일본 오사카 등 해외를 경유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올 정도. 이 경우 비행기로 1시간도 채 안 걸리는 제주를 왕복하는 데 120만 원이 넘게 든다. 패키지 여행상품도 마찬가지. 여행사 하나투어의 황금연휴 기간 베트남 5일 상품은 179만9000원으로, 평소 가격의 약 3배에 달했다. 서유럽 10일 상품은 519만 원으로 비성수기(약 200만 원)의 2.5배나 됐다.

4년 차 직장인 임경필 씨(29)는 “대부분 일에 쫓기는 직장인들은 이번 같은 긴 연휴가 아니면 여행은 엄두도 못 낸다. 다시 오기 힘든 기회여서 무리해서라도 여행을 떠날 계획이지만 ‘바가지를 쓰는 느낌’ 때문에 불쾌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김모 씨(31)는 “가격이 쌀 때 미리 예약을 하라고들 하지만, 회사의 휴일 계획이 빨리 나오지 않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연휴도 제대로 쉴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에서는 “수요가 몰려 자연스레 가격이 높아지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최영욱 아시아나항공 과장은 “성수기에 사람이 몰려 싼 좌석이 매진되면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항공사마다 가격 책정 기준이 있어 시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격 조정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도 “항공권과 숙박시설이 모두 포함된 패키지 상품의 경우 그들의 성수기 가격 인상에 맞추다 보면 전체 상품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 여행사가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혜진 한양사이버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사뿐 아니라 숙박업소 등 관광업계의 성수기 가격은 공개되지 않고, 자체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정된다”며 “기준을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각 회사의 정책에 따라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휴가를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황금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휴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황금연휴#항공권#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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