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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승건]스타들의 복장에 울고 웃는 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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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승건]스타들의 복장에 울고 웃는 스폰서

이승건기자 입력 2017-08-23 03:00수정 2017-08-2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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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호 1기’ 멤버들이 21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였다. 신 감독은 정장을 입었지만 선수들의 옷차림은 반팔 티셔츠, 반바지에 운동화가 대세였다. 4년여 전 한 장면이 오버랩됐다.

2013년 7월 17일은 홍명보 전 감독이 대표팀을 처음 소집한 날이다. 이날은 선수들도 정장을 입었다. 여름 정장이 없는 몇몇 선수는 겨울 양복을 입은 채 땀을 흘렸다. 홍 전 감독은 “양복을 잘 차려입는 것은 ‘나는 준비돼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장 차림을 요구했다.

본보가 1면 메인 사진으로 다루는 등 유례없던 ‘정장 소집’은 큰 화제가 됐다. “신선하다” “각오가 느껴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가운데 당황한 이도 있었다. 스포츠용품업체 관계자들이다. 이전까지는 선수들이 착용한 셔츠, 신발, 모자 등을 통해 브랜드 노출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정장 차림으로는 불가능해서다. 가방이나 우산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스포츠 스타들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입고, 신고, 쓰는 모든 것이 팬들의 관심을 받는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모여 있는 대표팀 역시 기업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대상이다. 대한축구협회가 톱 스폰서 나이키와 맺은 8년 계약의 총액은 1200억 원에 달한다. 각 종목의 프로구단들도 유니폼을 기본으로 후원 계약을 한다. 금액은 연간 몇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팀 위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기업은 최대의 노출 효과를 노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개인 후원을 받는 선수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서다. 대개 단체 후원계약을 할 때 신발은 뺀다. 경기력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고집하는 선수가 많아서다. 축구의 경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신발이 포함됐지만 선수들이 잘 따르지 않자 후원사 경쟁업체의 로고를 알아볼 수 없게 하라는 ‘블랙아웃’ 조항이 계약서에 등장하기도 했다. 프로야구도 비슷했다. 스타 출신 코치가 쭈그려 앉아 선수들의 신발을 매직펜으로 ‘손보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단체계약에서 신발이 빠지면서 개별 후원을 받는 선수는 늘고 있다. 사용 대가로 돈을 받기도 한다. 야구의 경우 글러브도 경기력을 이유로 단체계약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선수는 방송 인터뷰를 할 때 개인 후원업체의 브랜드가 선명한 글러브로 유니폼 로고를 가려 관계자들의 원망을 들었다. 한술 더 떠 자신을 후원하는 기업의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그려진 타월로 유니폼을 가리는 선수도 있다.

팀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에 대해 구단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스타급 선수들이 메인 스폰서 제품을 신으면 후원 금액이 커져 구단 경영에 도움이 된다. 신발도 지원받아 2군 선수들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 사실 요즘은 업체에 따른 품질 차이도 크지 않다. 스타는 용품도 받고 돈도 벌지만 가난한 무명 선수들은 용품까지 사야 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선수들에게 특정 제품 이용을 강요할 수는 없다. 경기력이야말로 팀의 존폐까지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대결한다. 지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어려워진다. 본선에 못 나가면 내년 재계약 때 메인 스폰서 금액이 대폭 줄어들 게 뻔하다. 어떤 신발을 신고 뛰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때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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