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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이라도 아끼려다… 웨딩사기에 우는 예비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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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이라도 아끼려다… 웨딩사기에 우는 예비부부들

이지훈기자 입력 2017-08-22 03:00수정 2017-08-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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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쌍에 2억5000만원 등친 프리랜서 웨딩플래너 적발

결혼식을 열흘 앞둔 17일 예비 신랑 이모 씨(30)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신부가 입을 웨딩드레스 대여 업체였다. 업체 관계자는 “드레스 대여료를 입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씨는 황당했다. 결혼 준비를 맡겼던 프리랜서 웨딩플래너에게 이미 대여료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웨딩플래너 양모 씨(35)에게 다급히 연락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이 이 씨의 머리를 스쳤다. 그는 메이크업과 동영상 촬영업체 등에 연락했다. 이들 역시 계약금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씨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청첩장도 모두 발송한 상태. 결혼식 연기는 불가능했다. 이 씨는 비용 충당을 위해 급하게 4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아 놓은 돈이 많지 않았다. 몇십만 원이라도 아끼려 수소문해 웨딩플래너를 찾았는데 이렇게 됐다. 여자친구가 너무 힘들어해 가슴이 아프다.”


이 씨뿐이 아니었다. 비슷한 피해를 본 예비부부는 150쌍에 달했다. 대부분 알뜰한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웨딩플래너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각종 예식업체를 알선해주겠다고 속여 예비부부 150여 쌍으로부터 2억5000만 원을 받아 챙긴 양 씨를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 씨는 프리랜서 활동 전에 일하던 웨딩업체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부터 재판을 받던 중 17일 법정 구속됐다. 앞서 양 씨는 불구속 재판 중에도 계속 고객을 유치했고 돈을 받아 챙겼다.

이 씨 커플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양 씨를 알게 됐다. 최대한 저렴한 결혼식을 계획한 이 씨 커플은 “시중가보다 50만∼100만 원 싸게 해주겠다”는 양 씨 제안에 매력을 느꼈다.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를 포함해 모든 준비를 해주겠다는 양 씨에게 635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계약이 성사된 건 한 건도 없었다.

양 씨에게 결혼을 맡겼던 피해자들은 짧게는 사흘, 길게는 두 달가량 결혼식을 앞두고 피해를 보았다. 돈은 물론이고 예식 일정이 엉망이 됐다. 결혼식 날짜를 맞추려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업체를 알아보느라 돈과 시간을 이중으로 쓰고 있다. 515만 원을 사기당한 송모 씨(27·여)는 “회사가 지방이라 직접 준비하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또 플래너를 고용해야 한다”며 “비용 따지다 예식 비용만 1000만 원이 넘게 생겼다”고 말했다.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사기 사실을 알게 된 윤모 씨(35·여)는 “양가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말도 못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최근 예비부부들은 웨딩업체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웨딩플래너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결혼식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가성비 높은 ‘알뜰 결혼식’을 치르려 발품 팔던 예비부부들은 “지금 비용을 내면 할인해 주겠다”, “예식 촬영은 무료로 해주겠다”는 양 씨의 말에 넘어갔다. 프리랜서 웨딩플래너 대부분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다. 보증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사기 피해는 예비부부가 감당해야 한다. 업체들이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관행도 피해를 키웠다. 예비부부들은 플래너가 설명하는 가격만 믿고 계약을 맡겼다.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198만 원을 사기당한 장모 씨(36·여)는 “스트레스 탓에 남자친구는 위에 출혈 증세까지 있고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다. 몇 푼 아끼려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결혼식이 엉망진창이 됐다”며 울먹였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웨딩사기#예비부부#웨딩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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