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안세영]마오의 ‘功七過三’과 중국의 한반도 징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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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6·25 참전 후유증… 마오쩌둥의 과오 초래
한반도 평화는 中 안전 직결… 과거 역사에서 교훈 얻어야
미국은 본토 위협받으면 전쟁도 불사하는 나라
시진핑 확고한 리더십으로 北 정상으로 돌아오게 해야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덩샤오핑(鄧小平), 마오쩌둥(毛澤東), 그리고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세 사람이다. 덩샤오핑은 풍요로운 삶을 가져왔고, 저우언라이는 자상한 아저씨 같으며 마오쩌둥은 신중국을 건설한 카리스마적 영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마오쩌둥도 덩샤오핑 시대에는 ‘공7 과3(功七過三·공이 7할, 잘못이 3할)’이란 역사의 평가를 받았다.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든 것까지는 좋은데, 그에게 ‘과3’은 수천만 명을 아사시킨 1950년대 대약진 운동과 악명 높은 문화대혁명이다. 그런데 이 같은 마오의 ‘과3’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전쟁’(6·25전쟁)이 있다.

얼마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항거하고 북조선을 돕는다는 조선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미안하지만 역사적 진실은 그렇지 않다. 한반도에서 국군, 중국군, 미군 등이 뒤섞여 싸웠지만 참전의 후유증을 가장 오래 겪은 나라는 아마 중국일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침략자로 낙인찍혀 죽의 장막에 갇히다 보니 극단적인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같은 과오를 범하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전까지 국가를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역사를 되새겨 보면 그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중국에 좋았고, 마오쩌둥이 조금만 현명하게 판단하고 평양에 단호하게 대처했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1949년 모스크바와 평양이 남침 계획을 세울 때 마오는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나라를 세운 지 1년도 안 되었는데 민감한 조선에서 전쟁이 터지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미군이 철수해버린 남조선을 소련제 탱크로 밀어붙여 보름 만에 통일하겠다는 호언장담에는 귀가 솔깃하였다. 결국 마오는 남침 계획을 적극 반대하지 않았고, 한번 터진 포성은 되돌아간 미군을 다시 한반도로 불러들이고, 중국은 남의 나라 전쟁에 말려들어가고 그 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간 북핵 사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시 주석의 태도는 60여 년 전 마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의 핵 개발은 싫지만, 정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성공시켜 평화협정에 의한 주한미군 철수라는 의외의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건 과거 마오가 범한 것과 같은 오산이다. 시 주석은 마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에서 귀중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중국 역사에 ‘한반도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 지난 1000년간 한반도의 평화가 깨지고 난 후에 중국이 개입하여 재미 본 적이 없다. 가깝게는 6·25전쟁이고 멀게는 임진왜란에 출병한 명의 멸망, 그리고 구한 말 위안스카이가 군대를 이끌고 섣불리 한반도에 들어왔다가 일본에 출병의 빌미를 주어 청일전쟁의 굴욕을 맛보았다.

둘째, 아이러니한 진실이지만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기존 동아시아 질서가 중국에 엄청난 번영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10배 이상 급증한 중국의 경제력은 2001년 자유세계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그때 동북아 정세가 불안했으면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올 4월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너무 순진하게 시 주석과 거래하였다. 무역에서 ‘중국 후려치기’ 안 할 테니 평양을 압박해 북핵 해결의 물꼬를 터 달라는 것이었다. 뒤늦게 헛짚은 것을 안 트럼프가 슈퍼 301조까지 들먹이면서 초강경 자세를 취하고 나온 게 이번 대북 제재다. 다행히 지난주 중국이 발 빠르게 북한산 석탄 등을 전면 수입 금지했지만, 이번에도 과거처럼 용두사미로 흐지부지하면 엄청난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 지식재산권에 대한 전면 조사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한판 제대로 붙으면 서로 크게 상처받겠지만 중국은 잘못하면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지난주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 불가론을 언급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전격 해임되었다. 군사적 옵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산 것이다. 미국은 본토가 위협받으면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을 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해서 안 된다. 9·11테러 후 수십만의 군대를 중동에 파견해 두 나라와 전쟁을 한 미국이다.

중국이 다시 한반도 징크스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평화가 깨지기 전에 시 주석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 북한을 정상국가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이 북핵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덩샤오핑#마오쩌둥#저우언라이#시진핑#북핵#트럼프#대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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