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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달초 휴가 나와 공장 일 돕다간 아들… 마지막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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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달초 휴가 나와 공장 일 돕다간 아들… 마지막일 줄이야”

권기범 기자 , 손효주 기자 입력 2017-08-21 03:00수정 2017-08-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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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받던 정상병 끝내 숨져… K-9 자주포 사고 사망자 2명으로
1계급 진급 추서… 21일 영결식… 軍 “장비 결함 탓 아직 단정 못해”
20일 철원군 K-9 자주포 폭발사고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주차장에서 군 관계자가 부상자 가족을 차량에 태우고 있다. 뉴스1
“눈물로 키운 자식인데…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싫은 소리 한 번 한 적 없는 착한 아들이에요.”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앞. 18일 오후 강원 철원군 육군 모 부대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하던 중 포가 폭발하는 사고로 순직한 정모 상병(22·추서 전 일병)의 아버지(51)는 연거푸 담배를 피웠다. 충혈된 눈으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힘겹게 이어갈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정 상병은 사고 당시 큰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19일 오전 3시경 끝내 숨졌다. 대학에서 전자 관련 학과를 전공한 정 상병은 졸업 한 학기를 남기고 지난해 12월 입대했다.


학교를 다닐 땐 틈틈이 부모님이 운영하는 서울의 봉제공장에서 부모님을 도왔다. 정 상병은 부모님 두 분 모두 몸이 편치 않아 늘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정 상병은 군 입대 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80만 원을 ‘엄마 용돈’이라며 내놓기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면회를 가겠다고 하면 극구 만류하면서 “내 군 생활 신경 쓰지 말고 부모님 몸 건강하도록 일 좀 조금만 하시라”고 당부했다. 또 “군 복무를 마치고 봉제공장 일을 도울 생각인데 괜찮으시겠느냐”고 제안했다.

정 상병은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처음엔 정 상병이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입대 당시 아버지는 “군 동기들과 잘 지내고 상사에게 절대 말대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군에서 집으로 전화를 건 정 상병은 늘 씩씩했다고 한다. 통화를 할 때마다 “부모님 생각처럼 군 생활이 어렵지 않다. 잘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정 상병은 군에서 동료들에 비해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훈련을 받을 때 뒤처지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훈련 성과를 끌어올렸다고 한다. 이를 높게 평가한 군 지휘관이 7월 말 “대단하고 기특하다”며 정 상병에게 8일간의 포상휴가를 줬다. 정 상병은 휴가 중 하루 동안 봉제공장 설비 설치를 돕고 이달 4일 부대로 복귀했다. 가족이 본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정 상병의 아버지는 “휴가 때 아들과 식사를 두 번밖에 하지 못했다”고 했다. 매일 주말도 없이 오후 10시, 11시까지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들 밑천을 마련해 주려고 쉬지 않고 일했는데 이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열 손가락 끝은 고된 공장 일 때문에 새까맸다.

정 상병과 함께 사고를 당해 순직한 이 상사(26·추서 전 중사)의 빈소에는 그와 함께 복무했던 전역 병사들이 여럿 찾아왔다. 부대원들의 조문을 받은 이 상사의 아버지는 오히려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부대원들을 다독였다. 이 상사는 부인과 18개월 된 아이를 남기고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 20일 두 순직 장병의 빈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장병 등 1000여 명이 추모와 헌화를 했다. K-9 자주포 제조업체인 한화의 관련 계열사 임직원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군은 두 순직 장병에게 각각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21일 오전 7시 반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두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이 5군단장(葬)으로 엄수된다. 육군은 사고가 장비 결함에 따른 폭발이라는 추정에 대해 “사고 원인을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외부기관이 포함된 대규모 민관군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고 원인을 정밀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권기범 kaki@donga.com / 손효주 기자
#k-9#자주포#사고#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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