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도운 ‘최혜진 피날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보그너오픈 14언더 극적 역전승
비로 3R 취소될 뻔했다가 재개
공동선두 김소이 트리플보기 자멸
KLPGA 18년만의 ‘아마 다승자’
프로였다면 올 상금 10억 육박

아마추어 고별무대를 우승으로 마무리한 최혜진이 18번홀 그린에서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이달 말 한화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최혜진은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 덕에 우승까지 했다. 전반부터 샷이 잘 따라주고 퍼트도 나쁘지 않아 느낌이 좋았다. 
11번홀 이글이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KLPGA 제공
아마추어 고별무대를 우승으로 마무리한 최혜진이 18번홀 그린에서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이달 말 한화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최혜진은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 덕에 우승까지 했다. 전반부터 샷이 잘 따라주고 퍼트도 나쁘지 않아 느낌이 좋았다. 11번홀 이글이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KLPGA 제공
하늘까지 도운 화려한 피날레였다.

18세 초대형 루키 최혜진(부산 학산여고)이 아마추어 고별무대를 우승 트로피로 장식했다. 이로써 최혜진은 지난달 초정탄산수오픈에서 5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자가 된 뒤 시즌 두 번째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아마추어 선수가 KLPGA투어에서 시즌 2승을 거둔 것은 1999년 임선욱 이후 18년 만이다.

대기록을 달성한 최혜진은 사실 기록에 도전조차 못할 뻔했다. 20일 경기 양평 더스타휴골프장(파71)에서 열린 보그너 MBN오픈 3라운드는 폭우로 경기 시작이 5번이나 연기된 끝에 낮 12시 30분에 전홀 샷건 방식으로 간신히 시작됐다. 만약 악천후가 계속돼 경기가 취소됐다면 전날 1타 차 공동 3위였던 최혜진은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대회 주최 측은 3라운드 취소 시 전날 공동 선두였던 김소이와 박지영만이 출전하는 서든데스 연장전을 치르려 했기 때문이다.

비가 잦아들어 경기에 나선 최혜진은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6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273m로 짧게 세팅된 데다 내리막이라 원온이 가능했던 11번홀(파4)이 승부처였다. 과감하게 드라이버를 잡은 최혜진은 티샷한 공을 핀 7.5m에 떨어뜨린 뒤 이글 퍼트를 넣어 갤러리의 탄성을 이끌었다. 대회를 앞두고 “프로 되기 전에 마음껏 질러보겠다”고 말했던 최혜진은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로 프로 언니들을 압도했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60.5야드로 9위였다.

공동 선두였던 김소이가 17번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진 것도 우승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샷이 벙커 바로 앞 깊은 러프에 빠진 뒤 김소이는 세 번째 샷에서 심한 뒤땅을 쳐 공이 더 깊게 박혔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김소이는 5온 2퍼트로 3타를 잃으며 생애 첫 우승에서 멀어진 뒤 3위로 마쳤다. 반면 “공동 선두가 됐을 때도 스릴을 느꼈다”며 17, 18번홀을 파로 마친 최혜진은 18번홀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뒤 상대의 뼈아픈 실수를 의식한 듯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는 성숙한 모습까지 보였다.

23일 만 18세 생일을 미리 화끈하게 자축한 최혜진은 아마추어 신분이라 상금을 받을 수 없었다. 우승 상금 1억 원은 2타 차 2위 박지영에게 돌아갔다. 올해 주요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둔 최혜진이 만약 프로 신분이었다면 상금 총액만 10억 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31일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골프장에서 개막하는 한화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에 나서는 그는 28일 롯데와 메인 스폰서 계약식도 갖는다. 최혜진은 “프로에서도 공격적이고 당차게 플레이하겠다. 내년 시즌 신인상을 받고 싶다. LPGA투어에 진출해 상금왕,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뒤 박세리 박인비 프로님처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게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최혜진#klpga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