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휴대전화에 스키니진… 달라진 북한 주민의 일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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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자본주의공화국/다니엘 튜더, 제임스 피어슨 지음/전병근 옮김/260쪽·1만7000원·비아북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북한 주민들. 요금을 내기 어려워 기기만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휴대전화는 ‘비싼 손전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전이 자주 일어나는 북한에서 전기가 나가면 휴대전화를 꺼내드는 게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이다. ⓒJoseph A Ferris Ⅲ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북한 주민들. 요금을 내기 어려워 기기만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휴대전화는 ‘비싼 손전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전이 자주 일어나는 북한에서 전기가 나가면 휴대전화를 꺼내드는 게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이다. ⓒJoseph A Ferris Ⅲ
식당이나 카페에서 피자, 카페라테를 먹으며 아이패드를 들여다보는 이들, 스키니 진을 입은 여성들, 도로를 달리는 BMW 렉서스 차량….

세계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곳이 북한이라면? 놀라운가. 이 장면들도 북한의 한 모습이다. 아니, 영어 원서가 출간된 게 2년 전이니 더 바뀌었을지 모른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지낸 튜더와 로이터통신 서울 주재 특파원인 피어슨은 탈북자, 북-중 접경 지역에서 교역하는 이, 외교관,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는 물론이고 북한에 거주하는 여러 계층을 취재해 정리했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 자료도 활용했다.

저자들은 수시로 미사일을 쏘는 나라, 기계처럼 일사불란하게 집단체조를 하는 주민 등 북한에 대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를 벗겨낸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생활이 우리와 완전히 동떨어진 게 아님을 보여준다.

북한을 자본주의 국가보다 돈의 힘이 더 막강하게 작용하는 나라로 만든 계기는 1994∼98년에 벌어진 대기근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당시 20만 명에서 많게는 3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 배급에 의존하던 주민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은 것. 자녀가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한 사이 데이트하는 연인에게 빈집을 몇 시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여성들은 대도시 어디나 있다. ‘무료 노동 부서’나 마찬가지인 군부대 인력을 활용해 건물을 지은 후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출신성분이 여전히 사회 진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은 언제라도 신분이 높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

컴퓨터와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의 보급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인기를 더욱 높였다. 배우 김태희가 신은 신발의 짝퉁 제품은 평양 백화점에서 120달러에 팔리고 패션에 관심 많은 남성들은 원빈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따라한다. 눈썹, 입술에 문신을 하고 쌍꺼풀 수술, 코 수술을 받는 여성도 생겼다. 평양에서는 휴대전화가 없는 젊은이는 ‘루저’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정치범은 아들과 손자까지 3대를 처벌하는 등 봉건적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는 곳이기도 하다.

생생한 삶의 모습과 함께 정치 시스템과 사회 구조를 짚어낸 점은 북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돕는다. 물품 교역이 보따리상처럼 알음알음 이뤄지는 구조이기에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를 260쪽이라는 많지 않은 분량에 담아내다 보니 내용의 깊이는 다소 떨어진다. 탈북자들이 출연해 북한 생활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북한 내부 실상을 알리는 보도를 자주 접한 이들에게는 익숙할 법한 내용도 꽤 있다.

오늘날 북한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부담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원제는 ‘North Korea Confidential’.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조선자본주의공화국#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북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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