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혼란 부른 靑경제보좌관의 金利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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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당국자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톤으로 한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은 7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준금리가 1.25%인 상황은 사실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같아진 마당에 미국이 다시 금리를 올리면 한국에 있던 달러가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우리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해당 발언 직후 채권금리가 연중 최고치로 치솟는 등 시장의 혼란이 커졌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금리 조정을 당국자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 데 이어 어제 이일형 한은 금통위원도 “금리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금리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투기가 심해진 측면이 있는 만큼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에 따라 금리를 인상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은의 고유 권한인 기준금리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통화 신용 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한은법에 위배된다. 금리 인상 압박으로 해석되는 당국자의 발언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친다면 우리 금융은 믿기 힘든 시장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이런 금리의 민감성조차 모르는 경제보좌관이라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투기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려 한계가구를 파산시킬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 주도 성장론을 설계한 김 보좌관이 부동산 문제에만 쏠려 금리의 한쪽 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은은 당장 이달 31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한은 금통위가 이때 금리를 올린다면 청와대의 압력에 떠밀렸다는 말이 나올 것이고, 금리 인상을 늦추면 청와대와 갈등설이 불거질 수도 있다. 김 보좌관의 경솔한 발언이 중앙은행을 곤경에 빠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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