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답사기 딱 3권만 쓰려 했는데 어느새 14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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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펴낸 유홍준 前 문화재청장 간담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을 펴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국내편 10권으로 이제 국토의 절반 정도를 이야기했다. 아직 안 쓴 곳이 더 많다. 언젠가 이 책을 밟고 넘어서는 더 좋은 책이 나오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창비 제공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을 펴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국내편 10권으로 이제 국토의 절반 정도를 이야기했다. 아직 안 쓴 곳이 더 많다. 언젠가 이 책을 밟고 넘어서는 더 좋은 책이 나오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창비 제공
“유주학선무주학불(有酒學仙無酒學佛),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는 뜻이다. 흥선대원군이 낙관에 새겼던 이 문구를 책 부제로 걸었다. 인생의 허허로움을 담은 글귀에 공감이 가는 걸 보니 나도 정말 일흔 목전이 맞구나 싶다.”

베스트셀러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1권 출간 24년 만에 서울에 입성했다. 국내편 9, 10권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1, 2’(창비)를 펴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68)는 16일 서울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년 전 3권을 낸 뒤 ‘그만하자’ 생각했는데 일본편 4권을 포함해 어느새 열네 권이 쌓였다”고 말했다.

9권에는 종묘 창덕궁 창경궁을, 10권에는 한양도성과 덕수궁, 흥선대원군의 석파정 등 자문밖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유 교수는 “낙산 인왕산 북촌 서촌을 묶은 11권, 북한산과 암사동 유적지를 다룬 12권을 더해 4권으로 서울편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가 앞으로 비슷한 답사기를 쓰더라도 내가 워낙 빗자루 쓸 듯 싹싹 긁어놔서 이 이상 쓰기 어려울 거다. 현장에서 공간을 경험하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뒀다.”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12권의 누적 판매량은 약 380만 부. 서울편 예약판매는 8000부를 넘어섰다. 구매층은 30, 40대로 조사됐다. 유 교수는 “1, 2권을 읽은 내 또래 장년 독자를 대상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독자층이 젊어 놀랐다”고 했다.

통독을 어려워할 독자를 위해 유 교수는 9권 1부 종묘, 10권 5부 성균관과 4부 동관왕묘를 우선적으로 읽어 달라고 당부했다. “지방 서원 얘기는 많이 하면서 조선시대 지성의 산실인 성균관에 대한 조명이 부족했다. 종묘는 유교 이데올로기의 상징적 공간으로 희소성이 크다. 관우를 모시는 묘당인 동관왕묘는 앞으로 한중 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2008년 문화재청장 재임 때 소실된 숭례문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억울했다”며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했다. “서울편 3편인 11권에 쓸 거다. 숭례문 화재는 사고가 아닌 방화였고 관리 주체가 서울시여서 문화재청이 책임질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포커에서 돈 잃었을 때 빨리 털고 나가야지 하는 심정이었다. 숭례문이 전소된 것처럼 잘못 보도됐는데 중환자실 입원했다가 살아남은 거다. 당시 정부와 언론이 불편한 관계여서 기사의 상품가치가 높아져 내가 매를 세게 맞았다.”

유 교수는 숭례문 화재 하루 뒤 “국보 1호의 소실 책임은 문화재청장에게 있다”며 사퇴한 바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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