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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15차례 복국 먹은 은행직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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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15차례 복국 먹은 은행직원, 왜?

송충현기자 입력 2017-08-17 03:00수정 2017-08-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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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담당자 현장실사 백태
“여기 복국 한 그릇 주세요.”

시중은행의 대출담당 직원 A 씨는 서울의 복 전문 식당에 들어가 복국을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앞에 뜨끈한 김을 뿜는 국 한 그릇이 놓였다. 그런데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앞에 두고도 A 씨의 표정이 밝지 않다. 한 달 사이 이 식당에서만 15번째 복국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맡고 있다. 대출을 신청한 식당의 영업이 잘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잠입’해 복국을 먹는다. 그는 “밥 먹는 내내 식당 정문을 살피며 손님 수를 파악한다”며 “카드 매출로는 잡히지 않는 현금 흐름을 확인하려면 현장 확인은 필수”라고 말했다.

○ 식당 주인 칼 솜씨, 책꽂이도 체크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축소하는 등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은행들이 자영업자와 소규모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은행들은 자영업자의 실제 상환 능력을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따라 대출 리스크가 갈릴 것으로 보고 대출 심사 직원들의 ‘눈’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은행이 가장 신경 쓰는 업종은 식당과 숙박업이다. 자영업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시장 경쟁이 치열해 폐업도 잦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당 및 숙박업종이 3년 이상 살아남을 확률은 30.3%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현금 거래가 많아 장부만으론 실제 소득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폐업 가능성이 낮은 식당을 걸러내는 은행의 노하우는 ‘사장님의 칼 솜씨’를 확인하는 것이다. 횟집 창업자를 대상으로 직접 회를 뜨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인이 요리할 수 있으면 경기 침체기에 인건비를 줄이려 주방장을 내보내도 한동안 식당이 운영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직원이 손님을 어떻게 대하는지, 주변 가게의 평판은 어떤지도 대출 담당자들에겐 소중한 평가 지표다.


A 씨처럼 은행원이 직접 고객이 돼 기업을 평가하기도 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 후기를 꼼꼼히 살피고 직접 제품을 주문해 시장 경쟁력을 확인한다.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도 관심 사항이다. 업종과 무관한 부동산, 주식투자 책이 대부분이라면 사장이 딴 생각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 대출 심사에 감점 요인이 된다.

○ 대출 리스크 줄이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은 처음엔 사장만 은행 거래를 하지만 나중에 사업이 번창하면 종업원들도 같은 은행에서 월급 통장을 만들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영업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은행들에겐 군침이 도는 고객들이다.

하지만 대출 리스크가 높다는 게 문제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 대출의 연체가 쌓이면 은행도 꼼짝없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담보가 있다 해도 경매에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제대로 못 받으면 피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상환 능력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는지에 대출 영업의 성패가 달렸다. 자칫 돈의 흐름을 실제보다 적게 판단해 대출을 거부하면 타행에 고객을 뺏기고 상환 능력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면 부실 대출이 된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을 지나치게 부풀려 평가하면 은행 리스크가 커지므로 무리한 대출은 삼가야 한다”며 “꾸준히 고객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관계형 금융을 누가 잘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대출#대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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