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만 쳐다보다 망친 지역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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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취소된 불꽃축제… 벚꽃 없는 벚꽃축제
이상기후에 줄줄이 취소-연기사태

벚꽃 안 핀 ‘벚꽃마라톤’, 얼음 얼지 않는 ‘얼음낚시축제’, 하천이 모두 말라버린 ‘은어축제’ 등. 폭염 폭우 등 이상 기후 때문에 자연 특색을 반영한 지역 축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2004년 시작한 경남 함양의 대표 축제인 ‘함양산삼축제’는 올해 폭염으로 연기됐다. 조무숙 함양군 엑스포마케팅 담당자는 “원래 7월 말이나 8월 초에 열렸지만 축제 기간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돼 방문객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개최자들도 많은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며 “올해는 아예 축제 시기를 9월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매년 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던 경북 영덕의 ‘영덕황금은어축제’는 올해 아예 취소됐다. 최근 심각한 가뭄 탓에 은어잡이 행사가 열리는 오십천에 물이 차지 않았기 때문. 결국 은어 구입 비용과 이벤트 위약금 등으로 8000여만 원을 날렸다. 이태호 영덕군 관광마케팅 담당자는 “다른 하천으로 장소를 옮기는 것도 검토했지만 대부분의 하천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황금은어축제는 2015년에는 홍수 때문에 하천이 범람해 한 차례 취소되기도 했다. 가뭄과 홍수 피해를 잇달아 겪은 셈이다.

지난겨울 강원도에 얼음이 얼지 않아 화천산천어축제, 평창송어축제 등 주요 축제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파행을 겪었다. 인제빙어축제는 3년 만에 부활했지만 얼음낚시는 끝내 진행하지 못했다. 당시 사전 예약 관광객들의 환불과 숙박 예약 취소가 이어져 피해가 컸다. 올해 4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벚꽃마라톤대회에서는 개화 시기가 전례 없이 늦춰져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해야 했다.

15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문체부의 인증을 받은 43개 대표 축제 중 7.4%만이 날씨에 상관없이 축제를 진행할 수 있는 실내(공연장 전시장 센터 등)에서 이뤄졌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전략상품팀장은 “날씨에 좌지우지되는 축제의 문제점은 관광객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축제가 장기적인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축제를 국내 관광 활성화 정책의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경쟁력 있는 지역 축제를 바탕으로 관광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축제를 지속 가능한 관광 콘텐츠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철원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우선 축제를 여는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대비할 부속 시설이나 실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연계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강원 홍천군에서 열리는 ‘홍천강 꽁꽁축제’는 얼음이 얼지 않아도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올해부터 부교(浮橋)를 설치해 운영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날씨 변화에 따른 개최 기준을 정해 혼란을 최대한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달 11일 열리기로 돼 있었던 여수불꽃축제는 폭우로 취소됐지만 관련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관광객들이 헛걸음을 하는 등 적잖은 논란이 됐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기상청 등 관련 정부 기관도 지자체가 기후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한국 축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가인 gain@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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