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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발레단이 선택한 유일한 동양인 이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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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발레단이 선택한 유일한 동양인 이충훈

김동욱 기자 입력 2017-08-08 03:00수정 2017-08-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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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발레단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서 활동하는 발레리노 이충훈
“상의를 벗어줄 수 있나요?” 탄탄한 몸을 본 사진기자가 물었다.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 무용수 이충훈은 조금 망설이다 상의를 벗더니 푸시업을 10여 차례 반복했다. 그는 “휴가 기간이라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멋진 사진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까만 피부 위에 치렁치렁 걸친 은색 액세서리. 한눈에 보기에도 탄력 있는 몸매는 시선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했다.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발레리노 이충훈(34)의 첫인상이다. 발레 무용수보다 힙합 래퍼, 댄스 가수에 어울리는 외모지만 그가 활동하는 발레단의 이름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5년부터 그는 미국 뉴욕의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에서 활동하고 있다. 1969년 창립된 할렘 발레단은 미국 최초의 흑인 고전 발레단이자, 흑인 무용가를 우선시하는 최초의 메이저 발레단이다.

“원래 피부가 까만 편인데 할렘 발레단에 들어간 뒤 더 까매진 것 같아요. 주위에서는 외모로는 구별이 안 된다며 정말 흑인 무용수 다 됐다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미국은 물론 해외 발레단에서 흑인 무용수는 보기 힘들다. 낯선 환경 속에서 그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장점을 흡수하려 노력하고 있다.

“흑인 무용수가 섬세함은 부족할지 몰라도 리듬감은 정말 타고났어요. 힘도 남달라서 흑인 여자 파트너와 춤을 추다 힘에 부쳐 제가 끌려 다닐 때도 있어요. 뼈대도 커서 파트너 들어 올릴 때 힘들어요.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절대 얻지 못할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2006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솔리스트로 활동한 그는 2012년 미국으로 건너가 두 곳의 발레단을 거친 뒤 현재 할렘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레단의 유일한 동양인 단원이다.

“남자 무용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합격했어요. 당시 발레단 정보도 없이 들어갔는데 흑인 무용수만 있어 조금 당황했죠. 지금은 브라질, 쿠바,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온 무용수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물론 흑인 무용수가 여전히 많지만요.”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 무용수 18명 중 유일한 동양인인 이충훈(오른쪽). 이충훈 씨 제공
할렘 발레단은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한다. 가보지 않은 대도시가 없을 정도다. 공연 관객은 대부분 흑인이다. 반응도 남다르다.

“공연 중이나 끝난 후에 반응이 확실히 달라요. 보통 발레 공연의 정숙한 분위기와 달리 환호를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흥이 넘쳐 춤을 추는 관객도 많아요.”

레퍼토리 대부분은 현대 발레다. 여러 나라 출신 무용수들의 스타일을 섞어 쿠바, 브라질, 아프리칸 스타일을 풍기기도 한다. 이런 독특함이 최근 미국 발레 팬을 사로잡고 있다.

“클래식 발레는 단원이 적어 ‘해적’이나 게오르게 발란친의 ‘차이콥스키 파드되(2인무)’ 등의 갈라만 해요. ‘백조의 호수’ 중에서는 흑조를 공연해요. 특히 흑조는 다른 클래식 발레단과 함께 공연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요. 흑인 발레리나의 진짜 흑조죠.”

앞으로 그는 다양한 장르의 발레를 배우며 전천후 발레리노가 되는 것이 꿈이다. 물론 한국 무대에 서는 것도 바라고 있다. “클래식 발레를 비롯해 현대 발레, 재즈 발레, 아프리칸 발레 등 정말 다양한 발레를 배우고 췄어요. 이런 경험이 앞으로 제가 춤을 추고, 다른 후배 무용수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한국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이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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