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 회장 “원전 중단땐 중공업 매출 타격” 문재인 대통령 “해외진출 적극 지원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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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재계 간담회]예정시간 두배 넘겨 160분 진행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처음 마주한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의 회동은 당초 예정된 시간인 75분을 훌쩍 넘겨 2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상생과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고 기업인들은 나름대로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풀며 규제완화 등 지원을 요청했다.

○ 선물 보따리와 함께 규제완화 요청한 재계

문 대통령은 시종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애썼다. “기업인들이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것에 대해 존경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기업이 따라와 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주로 기업인들이 느끼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접점을 모색해보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기업인들은 준비해 온 상생방안을 내놓으며 문 대통령의 당부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상시업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즉석에서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연료차를 적극 개발할 것이고 국내외 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4차 산업 육성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성장정책으로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1000억 원 상생펀드를 조성했다”며 “LG와 1차 협력업체와의 계약 시 2, 3차 협력업체와의 공정 거래를 담보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박정원 두산 회장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원전 사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달라”고 제안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의 통과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토론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에 대해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2, 3차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기업들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반장식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에게 “비정규직에 대한 기준을 확실히 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재계가 비정규직의 기준이 저마다 달라 정규직화하는 데 어려움을 나타내자 즉석에서 응답한 것이다.


○ 재계 현안 및 사드 여파도 논의

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호프미팅에서도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대한(對韓) 보복, 신재생에너지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요즘 미국 철강 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고 물었다. 철강과 자동차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이 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할 때마다 언급하는 분야다. 권 회장이 “당분간 미국에 (철강을 수출해)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태양광 사업에도 관심을 표했다.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금춘수 부회장은 “고전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도 이날 회동의 주된 주제였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배터리만큼은 세계적 경쟁력이 있지 않냐”란 문 대통령의 질문에 구본준 부회장은 “중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키우려고 한국 업체를 못 들어오게 명문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로 인한 중국의 보복도 이슈였다. 문 대통령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사드 문제로 인한 보복이) 완화됐나? 요지부동인가?”라고 물었고 정 부회장은 “저희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중국인들 단체가 완전히 죽었다”고 답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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