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함께 잠들게… 우리 아기 보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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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희귀병 찰리’ 부모 치료중단 밝혀… “美-伊의료진 도움에도 너무 늦어”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아들 찰리가 천사들과 함께 잠들도록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소생 가능성이 없다며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받은 ‘희귀병 아기’ 찰리 가드(사진)의 부모가 2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고등법원 앞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아버지 크리스 가드 씨는 “미국 및 이탈리아 의료진이 노력했지만 치료하기엔 너무 시간이 늦어버렸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치료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성명을 읽던 그는 “우리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정말 힘든 결정을 내려 고통스럽기만 하다. 찰리는 우리에게 완전한 전사였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옆에 서 있던 아내 코니 예이츠 씨의 얼굴은 내내 창백했다. 법원 앞으로 모여든 시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8월 영국에서 태어난 찰리는 태어나자마자 희귀병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 진단을 받았다. 찰리는 점차 근육이 약해졌고 두뇌도 손상됐다. 주변에서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부모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런던 그레이트오먼드스트리트 병원에서 아이에게 생명 연장 장치를 달고 치료를 계속하며 미국에서 실험적인 치료를 시도하려 돈을 모았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인 돈은 130만 파운드(약 18억9000만 원). 하지만 병원 측은 “찰리의 뇌 손상을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선언했고 이에 부모는 소송을 제기했다.

부모는 ‘기적을 기다릴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지만 법의 판단은 냉정했다. 4월 영국 고등법원은 찰리의 치료를 계속하는 건 찰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며 치료 중단 판결을 냈다. 이에 영국인 수백 명이 ‘치료 중단은 살인’이란 피켓을 들고 항의했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부모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다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는 의료진의 통보에 부모는 망연자실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희귀병 아기 찰리#희귀병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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