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부물품 보고 관광승인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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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전문여행사가 밝힌 ‘北관광’
학교에 교육용 소프트웨어 등 지원… 최근 2년간 北관광 외국인 200명
젊은 북한여성 사진 올려 상품 홍보
美의회 27일 北여행금지법 상정

홍콩 ‘GLO 트래블’ 홈페이지.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빗댄 ‘하우스 오브 킴스(김씨 일가의 집)’가 눈길을 끈다. GLO 트래블 홈페이지 캡처
홍콩 ‘GLO 트래블’ 홈페이지.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빗댄 ‘하우스 오브 킴스(김씨 일가의 집)’가 눈길을 끈다. GLO 트래블 홈페이지 캡처
“북한 전쟁승리기념일(7월 27일) 특별여행에 참여하세요. 6박 7일을 1만980홍콩달러(약 158만 원)에! 지금 등록하세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비운의 생을 마감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23일. 홍콩의 북한 전문 여행사 GLO 트래블은 홈페이지에 이렇게 홍보하며 북한 관광객을 모으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북한이 전승기념일로 주장하는 휴전협정 체결일을 기념한 특별 프로그램은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행사’ 참석은 물론이고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미국 해군 간첩선’ 관광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유엔과 6·25전쟁 참전국을 비판하는 홍보 행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18일 이 여행사의 북한 투어를 ‘위험한 비즈니스’라고 소개하며 “GLO 트래블은 이제 미국 고객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북한 관광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GLO 트래블은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 인스타그램에는 최근 새하얀 정장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젊은 여성 사진이 올라왔다. ‘우리가 북한 아가씨를 사진으로 포착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북한 여성을 봤는가’라는 글이 붙은 사진 아래에는 ‘좋아요’ 표시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는 벌써부터 내년 4월에 열릴 ‘평양 마라톤 하이라이트 투어’ 홍보도 한창이었다.

GLO 트래블은 2015년 당시 27세 동갑내기 홍콩인 루비오 챈 씨와 제이미 청 씨가 창업했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이들은 기성 여행사와 차별화되는 깊이 있는 여행 상품을 고민하다 북한 투어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2012년 캐나다 시민단체와 함께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만난 북 관료들에게 사업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들은 폐쇄적인 북한에서 평양은 물론이고 잘 노출되지 않던 교외 마을도 여행 동선으로 뚫었다. 여행지는 단순히 김일성광장, 주체탑 등 북한의 선전용 명소뿐 아니라 장애인 유치원과 고등학교, 백화점, 황해도 사리원 농장 등을 아우른다.

청 씨는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여행 동선은 모두 북측과 우리가 주고받은 결과”라고 자랑했다. GLO 트래블이 북한 당국에 희망 방문지와 22명으로 제한된 여행객 신상을 보내면 북한은 GLO 트래블이 보낸 기부물품의 가치를 따져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예컨대 여행사가 중국어, 영어, 과학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고등학교 내 컴퓨터에 설치해주고 학용품을 주는 대신 학교방문권을 따는 식이다. 관광 상품은 대략 한 주에 8000∼1만4000홍콩달러(약 115만∼201만 원).

최근 2년간 이 여행사를 통해 북한을 여행한 사람은 200명에 이른다.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등 아시아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도 참여했다. 전체의 82%가 2030세대다. 직업별로는 사업가 및 컨설턴트, 학생, 금융인 순으로 많았다. GLO 트래블 측은 쿼츠에 “여행객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자국인 북한 여행 금지 조치가 홍콩과 중국 여행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기로 결정했으며 관련 내용이 내주 관보를 통해 공지된다고 밝혔다. 미 의회도 27일 소관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북한 여행 통제 법안을 정식 상정한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법안은 향후 5년간 미국인의 북한 관광을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등을 이유로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으면 방북이 허용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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