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脫核 드라이브’… 非전문가 손에 결정 맡겨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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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原電 공사 ‘스톱’]문재인 대통령 ‘탈원전 공약’ 상징
시민단체 압박도 작용 전격중단… 일각 “공론화는 완전중단 명분 쌓기”
시민배심원단-공론 조사방식, 법적 효력 여부 현재론 불분명
전문가 “공론화 3개월 너무 짧아”… 한국 원전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현재 공정 28.8%인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현장.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을 일시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영구 중단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신고리 5, 6호기 조감도.
현재 공정 28.8%인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현장.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을 일시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영구 중단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신고리 5, 6호기 조감도.
정부가 27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공약’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하겠다”며 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영구 중단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너지 비전문가로 구성할 공론화위원회와 이들이 선정한 시민배심원단에 최종 판단 권한을 준 것 자체가 탈원전을 지지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명분 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가 중장기 전력수급 계획과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은 성급한 조치였다는 지적이 많다. 최종적으로 어떤 식의 결론이 나더라도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탈원전 정책의 본격화

신고리 5·6호기는 2016년부터 공사가 시작된 설계수명 60년짜리 원전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통합 공사진행률은 28.8%이다. 부문별로 보면 설계는 79%, 기자재 구매는 53%, 토목 부문은 9%가 진행됐다. 한수원 측은 “발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중요 부품의 발주는 대부분 끝난 상태”라고 소개했다.

공사가 시작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문 대통령이 19일 거행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정부는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여기에 공사가 계속 진행돼 공정이 올라가면 건설 중단 결정이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전격적으로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고리 5·6호기 가동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정부가 건설 중단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원자력 전문가, 원전에 생계를 의지하는 공사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이 있는데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원전 반대 여론에 더 신경을 쓴 셈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한 정부는 최종 중단 결정 권한을 공론화위원회가 선정하는 시민배심원단으로 넘겼다. 시민사회가 직접 정부 정책을 결정하게 해 정부의 부담을 덜고 여론이라는 확실한 정책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론화위 전문성 논란 잇따를 듯


공론화위 위원들과 이들이 구성할 시민배심원단에 대한 논란은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결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 측은 이해 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 가운데에서 일반인들의 신망이 높은 중립적인 인사로 공론화위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구성원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은 “어느 쪽 입장도 아닌 사람으로 구성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다. 찬성 인사와 반대 인사의 균형을 맞추는 게 더 낫다”고 지적할 정도다. 시민배심원단과 공론 조사 방식이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전문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원전 및 전력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민간인들이 수십 년 후 에너지 수급 상황과 경제 환경 등을 내다보고 정부 산업정책의 근간인 원전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라는 정부 기관이 허가한 사안을 ‘시민 결정’을 근거로 뒤집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원전의 안전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알리기에는 3개월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정부의 성급한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 원전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기술 유지와 수출을 위한 시험 가동이 어려워진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처음으로 원전을 수출한 뒤 원자력 분야에서 만들어진 일자리를 유지하기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 / 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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