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놔둬라” 거리 나선 학부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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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300여명 ‘폐지 반대’ 시위… “학부모 의견 반영하라” 도심 행진

자율형사립고 학부모회 회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마친 뒤 조희연 교육감 면담 등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자율형사립고 학부모회 회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마친 뒤 조희연 교육감 면담 등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 성과 발표(28일)를 앞두고 서울 23개 자사고 학부모 2300여 명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모였다. 어깨에는 ‘자사고 폐지 결사 반대’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학교는 실험실이 되고 학생은 실험쥐가 됐다’고 쓰인 햇빛가리개를 썼다. 학부모들은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가량 집회를 연 뒤 보신각에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까지 약 1.6km를 행진했다.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의 자사고 정책을 비판했다. “교육감마다 방황하는 교육정책 학생들만 불쌍하다” “편파평가 철회하고 공정한 평가 시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 자사고 23곳의 지정 취소 권한을 가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감은 5년마다 자사고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조 교육감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지정 및 취소 권한을 교육감이 행사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자사고 폐지 의지를 보였다.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학부모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오세목 회장(중동고 교장)은 “부모는 아들딸을 잘 교육시키기 위해 자사고에 보낸 죄밖에 없다”며 “서울 자사고가 사라지면 강남 8학군이 부활하고, 지역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나온 서울 강북 지역 자사고 1학년생 어머니 이모 씨(43)는 “자사고는 교사 열정이 대단하고 커리큘럼도 좋은데, 폐지되면 강북에서 지금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출근을 미루고 집회에 참석한 서울 자사고 2학년생 아버지 정모 씨(53)는 “일부 문제가 있는 자사고는 몰라도, 자사고 전체를 폐지한다는 건 교육 다양성을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신각 집회를 마친 학부모들은 준비해 온 소형 확성기 두 개로 구호를 외치며 시교육청을 향해 약 40분간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시교육청 앞에서는 약 20분 동안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수 시교육청 대변인은 “자사고 폐지는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교육부 방침이 내려오기 전 시교육청이 폐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정하는 건 어렵다”면서도 “자사고는 과도한 입시 경쟁, 서열화 등 고교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를 정해 두고 평가하는 건 맞지 않기 때문에 시교육청이 2019, 2020년 자사고 운영 성과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019, 2020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경기 지역 자사고, 외국어고 학부모 일부도 참석했다. 27일에는 서울 중구 이화외고에서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가 외고 폐지 반대 성명을 발표한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자사고 폐지#시위#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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