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결함 덮다가… 日 다카타 결국 파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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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위기대응 실패 사례”


품질 관리에 실패하고 이 때문에 닥친 위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업의 끝은 비참했다. 세계 2위 에어백 업체인 다카타가 ‘죽음의 에어백’ 논란 끝에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부채 총액이 1조 엔(약 10조2000억 원)을 넘는다. 일본 제조업체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파산이다.

다카타 시게히사(高田重久) 다카타 회장 겸 사장은 26일 오전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에서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하기로 했다. 관계자, 채권자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창업자의 손자인 그는 또 “적절한 시기에 경영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민사재생법 적용은 파산을 의미한다.

1933년 창립된 다카타는 세계 20개국에 56개 공장을 운영하며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 자동차 안전용품에서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이 6600억 엔(약 6조7000억 원)에 종업원이 4만6000명이나 된다.

일본 경제계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2004년 처음 에어백 결함이 발견된 이후 다카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문제를 키웠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다카타의 에어백은 에어백을 부풀게 하는 인플레이터라는 장치에서 발생한 금속 파편이 운전자에게 날아가는 결함이 발견됐다. 다카타는 2000년경부터 제품의 결함을 알았지만 사고 후에도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며 계속 제품을 판매했다. 2014년 혼다가 “원인은 제쳐놓고 일단 문제를 수습하자”며 미국에서 전면 리콜을 선언했을 때도 “원인 규명이 먼저”라며 거부해 큰 비판을 받았다.

올 1월 미국 법무부는 다카타가 에어백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다카타는 형사상 책임을 인정하고 10억 달러(약 1조140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미국 검찰은 자동차에 장착되는 에어백 팽창 장치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숨긴 혐의로 다카타 전직 직원 3명을 기소했다. 다카타는 안전을 위한 에어백을 만들면서도 에어백이 치명적인 위험을 안길 수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 했던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하면 세계적인 회사도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함을 알고도 숨겼던 것이 결국 더 큰 문제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잘못을 인정해 오너 경영자가 책임을 지게 되면 오너가 보유한 주식 가치도 떨어지다 보니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다카타 에어백 결함으로 숨진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17명이나 된다.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리콜 대상이 된 자동차 수는 약 1억 대로 늘었다. 3월 말 기준으로 부채는 3800억 엔(약 3조9000억 원)이지만 리콜 비용을 포함하면 1조 엔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결함 하나가 여러 차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카타의 사례는 플랫폼 단일화와 부품 공용화를 진행하고 있는 완성차 업계에도 경종을 울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부품 공용화를 통해서 생산 비용을 줄이고 제품 개발이 쉬워지는 등의 효과를 봤다. 하지만 공용화된 부품에 결함이 발생하면 다양한 차종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도 “특히 안전부품은 완벽한 품질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다카타는 중국 기업 산하인 미국 자동차 부품 회사 ‘키 세이프티 시스템스(KSS)’에 모든 자산과 사업을 1750억 엔(약 1조8000억 원)에 양도할 방침이다. KSS는 회사를 두 개로 분할해 하나에는 주력 사업을 맡기고, 다른 하나는 리콜과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타 에어백을 달고 국내에 팔린 차량은 18개 업체가 제작, 수입, 판매한 34만8000여 대다. 일부 모델은 리콜이 진행된 가운데 국내에서 관련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에어백#다카타#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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