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재인 대통령 사드 왜 미루나 워싱턴서 질문 쏟아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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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문재인 대통령 訪美 기조연설 주관할 존 햄리 CSIS소장 인터뷰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미루는 진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워싱턴에서 수많은 질문을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도 토론과 협상 끝에 결실을 맺었던 한미동맹이다. 이번에도 잘 헤쳐 나갈 것이다.”

미국 워싱턴 외교안보 분야 최고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67·사진)은 2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29일 시작되는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등 최근 한국 대통령들을 임기 초 대부분 만났던 햄리 소장은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하는 기조연설을 주관하고 그와 단독 대담도 가질 예정이라고 CSIS 측은 밝혔다. 이하는 주요 내용.

―한미 양국에 가장 중요한 한 주가 될 것 같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문 대통령이 해야 할 한 가지를 꼽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5년, 트럼프 대통령도 별일이 없다면 임기가 4년 남았다. 같이 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드 문제로 한미 간 난기류가 어느 때보다 심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행보는 아쉽다. 문제의 발언(우드로윌슨센터에서 밝힌 ‘북한이 도발 중단하면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을 접한 워싱턴 사람들은 그가 ‘도발적이고 파장을 일으켰다(provocative and have some ripples)’고 생각한다. 특보로서 이런 시점에는 조심해야 한다(be careful).”

―문 대통령이 왜 사드 배치를 연기했다고 보나.

“그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내 오랜 친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사드 논란을 해명한 뒤에도 청와대에선 여전히 사드에 대한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워싱턴 사람들은 요즘 ‘우리가 사드 배치 한국에 왜 하지? 주한미군도 보호하지만 동맹인 한국을 보호하려는 건데 왜 그러지?’라는 자문자답을 하며 복잡한 심경인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연기한 배경 중 하나로 환경영향평가를 거론했는데….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한국 법은 물론 한국의 정치 역학(political dynamics)을 존중한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배치해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할 수도 있나.


“주한미군은 동맹인 한국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보루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는 상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철수 논의는 없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연내 남북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은 핵 도발 중단, 미국은 비핵화를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걸면서 온도차가 있다.


“동맹 간에도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한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얼마든지 양국이 조율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 2.0’이라고 보나.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비슷하거나 연속성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한미 양국은 수많은 난제들을 토론을 통해 해결해냈다.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 당시 관료들을 만나보면 “긴 토론과 논쟁을 거쳤지만 결국 어떻게든 해냈다”고들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한미 양국은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그게 동맹이고 친구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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