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창 올림픽 남북단일팀 제안…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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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1991년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 태권도시범단이 10년 만에 방한해 시범공연을 하는 등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성사된 남북 스포츠 교류를 계기로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싶다는 희망일 것이다.

스포츠가 모든 장벽과 단절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평화의 도구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리가 있다. 실제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가 단일팀으로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해 남북은 감동의 물결로 하나가 됐다.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旗)를 앞세워 처음 함께 입장한 2000년 시드니 여름올림픽부터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대회까지 9차례의 국제 스포츠 행사에 남북이 공동 입장해 화해 무드가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이 핵·미사일 실험은 물론이고 2008년 우리 금강산 관광객을 무참히 살해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지금의 경색에 이른 것이다.

7개월 남은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남북단일팀 구성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북은 피겨 페어스케이팅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아직 출전 쿼터를 획득한 종목도 없다. 당장 이번에 방한한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조차 “남북단일팀은 쉽지 않고 공동 개최는 늦었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그는 “탁구가 중-미 관계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양국의) 정치적 지반이 다져졌기 때문에 핑퐁을 촉매제로 이용한 것”이라며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고 훈수하듯 말했다. 남북 간에도 정치적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단일팀도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문 대통령으로선 비교적 접점 찾기가 쉬운 스포츠 교류부터 시작해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 10·4남북정상선언 10주년 행사 등 남북 화해·협력의 이벤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에 핵 포기를 설득하겠다는 복안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조미(북-미) 간의 문제인 핵 문제를 북남 사이에 해결해보겠다는 것은 언제 가도 실현될 수 없는 부질없는 망상”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북의 민족화해협의회도 23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9개 공개 질문을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 남북 대화 조건에서 북핵 문제 배제, 대북 제재 철회 등을 요구했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데도 문 대통령이 대화에 바싹 몸이 단다면 대북 협상력만 약화될 수 있다. 서두른다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남북관계다.
#평창 올림픽 남북단일팀#문재인 대통령#스포츠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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