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울음이 엄마아빠 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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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쓰촨 산사태 ‘기적의 생존’
기저귀 갈아주려 일어났다 구조돼… 中 ‘특대형 재난경보’… 수색 총력
파키스탄 화재 참사 ‘안전 불감증’
경찰 제지에도 주민들 몰려들어… 친척에 “기름 가져가라” 전화도

“길가에 사는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통을 들고 몰려들었다.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와서 기름을 가져가라’고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영국 BBC는 파키스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자 153명을 포함해 27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25일 유조차 화재 사건 직전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기름이 새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방송과 경찰의 제지도 소용이 없었다. 인근 이슬람 사원도 스피커 방송을 통해 “유조차에서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피하기는커녕 돈이 되는 기름을 얻기 위해 양동이나 주방용기 등을 들고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 사고 현장에는 무려 500명이나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여성과 아이들도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2013년 소득 대비 기름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꼽혔다. 공짜 기름을 얻으려는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피해를 키운 것이다.

로이터는 유조차가 넘어지고 약 45분 뒤 폭발이 일어나 주위가 온통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사촌 2명을 잃은 사즈누르 아마드 씨(30)는 AP통신에 “불길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이 2시간 만에 진화한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살려 달라”는 부상자들의 절규,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두 명의 아들을 찾고 있다는 줄카 비비 씨는 “내 아들이 살아있나요?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요? 제발 말해주세요”라며 오열했다. 로이터는 어린이 사망자가 약 20명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기름 4만 L를 싣고 달리던 사고 차량이 커브를 돌다 타이어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해당 운전사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중국에서는 24일 쓰촨(四川)성 마오(茂)현에서 일어난 산사태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극적인 생존 사례도 전해졌다. 차오다솨이(喬大帥·26) 씨 부부와 36일 된 아기 등 일가족 3명은 진흙 속에 파묻힌 채 머리를 내밀고 있다가 산사태 발생 5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부부는 아기가 울어 잠에서 깬 뒤 기저귀를 갈아주다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중국 매체들이 전했다. 차오 씨의 부모와 세 살배기 딸은 실종 상태다.

중국 당국은 ‘1급 특대형 재난경보’를 발령하고, 구조팀 3200여 명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사망자와 실종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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