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회담 앞둔 美기류 “워싱턴 사람들은 바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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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 3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CBS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지와의 인터뷰에서 2단계 북핵 해결 로드맵을 제시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미사일의 고도화를 멈추는 핵 동결을 하면 대화에 나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북한의 변화를 대화의 전제로 삼았던 기존 전략과는 명백히 다른 구상이다.

‘비둘기파 한국 대통령과 매파 미국 대통령의 첫 만남’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미국의 미디어에 문 대통령은 양국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고 여건이 조성되면 관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제가 말하는 관여와 같다”며 ‘최대의 압박’ 역시 미국과 공조하겠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배치 합의 취소나 철회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일 김정은과의 연내 회담 의지를 밝힌 데 이어 21일 WP 인터뷰에선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제재와 압박이라는 메뉴판에 대화를 더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 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럼에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미국 내 대북 강경기류가 급격히 커지면서 과연 한미 정상회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대북 제재 ‘키 플레이어’로 꼽아온 중국을 배제하고 독자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이 ‘조건이 맞으면’ ‘적절한 조건하에서’를 강조하면서도 압박보다 대화에 방점을 둔다면 정상회담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 있다.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온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유엔 결의 위반임을 알면서도 재개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답변은 국제사회 분위기와 거리가 멀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방미 기간 중 접촉했던 패트릭 크로닌 미국 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워싱턴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 특보 말을 청와대 의중으로 보는 기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강조했듯이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미의 공통 목표를 달성하려면 양국 대통령의 신뢰와 우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외교안보 라인을 ‘자주파’로 채운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의 조건을 미묘하게 바꾸는 등 조급증을 보이다가는 더 큰 안보 위협을 자초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문재인#트럼프#한미 정상회담#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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