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지 않게”… 김정일이 DJ에 한말 강조, 문재인 정부 향해 “제재 해제땐 호응” 뜻 비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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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일화 이례적 공개

2000년 6월 13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서 손을 맞잡은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아일보DB
2000년 6월 13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서 손을 맞잡은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아일보DB

북한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일화를 소개하며 ‘섭섭치(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하시며’라는 제목을 붙여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난생처음 북녘 땅을 밟게 된 감개무량함과 예상치 못했던 극진한 환대에 김대중 대통령과 그 일행은 다소 굳어진 표정들이었다”며 “(이때 김정일이) ‘대통령이 평양에 와서 점심을 많이 잡수시려고 아침식사를 적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끌어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정일이 “남쪽에서 특사가 왔을 때 우리가 ‘김 대통령이 평양에 오시면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말보다 실천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온 김 대통령께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다, 우리가 성의를 다하느라고 하였지만 소홀한 점이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직접 운영한다.

북한 매체가 6·15남북공동선언 기념일을 맞아 과거 일화를 소개하면서 “섭섭지 않게 해주겠다”는 김정일의 말을 거듭 강조한 것은 최근 변화기를 맞고 있는 남북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먼저 이행하라”며 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한국 새 정부를 향해 ‘민간 교류 등 부분적인 대북 유화책이 아니라 대북 제재 전면 해제 등을 내놓는다면 우리도 호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김대중#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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