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모습 드러낸 장쩌민… 中 권력싸움 꿈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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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과기대 도서관 참관 사진, 한때 웨이보에 올라왔다가 삭제돼
“11월 당대회 앞두고 건재 과시… 권력 재편에 영향력 부각 포석”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상하이과기대를 방문한 뒤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오르기 전 대학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밍보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상하이과기대를 방문한 뒤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오르기 전 대학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밍보

장쩌민(江澤民·91) 전 중국 국가주석이 약 2년 만에 공개 석상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했다. 중병설과 사망설을 불식시키면서 11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에서의 권력 재편을 앞두고 당 지도부 내에서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장 전 주석이 28일 오전 장남 장몐헝(江綿恒)이 총장으로 재직 중인 상하이(上海)과기대를 방문해 대학 도서관을 참관하는 모습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왔다고 홍콩 밍(明) 보가 29일 보도했다. 2015년 9월 3일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이 열릴 당시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나타난 이후 장 전 주석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처음이다. 11일 상하이실험학교 개교 30주년 기념식에 축전을 보내고 18일 고(故) 첸치천(錢其琛) 전 외교부장의 빈소에 조화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대학 측은 학생들에게 장 전 주석의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사전에 통보했다. 하지만 장남의 안내로 장 전 주석이 도서관에 들어서자 80여 명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 등이 웨이보에 올라왔다. 긴 소매 외투를 걸친 장 전 주석은 다소 수척하고 머리숱도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차에 오르내릴 때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았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부인 왕예핑(王冶坪) 여사도 나란히 휠체어에 앉았다. 하지만 사진과 포스트 댓글 등은 28일 오후부터는 웨이보 등에서 모두 삭제됐다.

밍 보는 “장 전 주석의 이 같은 움직임은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올해 1월 춘제(春節·설날) 연휴에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의 번화가와 꽃시장을 시찰하는 장면을 노출한 것도 당대회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후 전 주석은 같은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인 후춘화(胡春華) 광둥 성 서기가 수행하는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부패 칼날 앞에 점차 위축되는 공청단 세력을 격려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푸젠(福建) 성과 저장(浙江) 성 등에서 10여 년 함께 근무해 시 주석의 친위 인맥 ‘시자쥔(習家軍)’으로 분류되는 차이치(蔡奇) 베이징(北京) 시장을 27일 베이징 시 서기에 임명하는 등 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지방 정부 수장에 측근들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장쩌민#중국#권력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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