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셔틀콕 “꿈이냐 생시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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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혼합단체선수권 中 꺾고 우승… 여자단-복식 이어 혼복 깜짝 승리
2003 네덜란드 대회 이후 첫 감격
이용대 고성현 등 간판들 은퇴 뒤 세대교체 과정서 이룬 뜻밖 쾌거

한국 셔틀콕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4시간 넘는 접전 끝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합작한 남녀 선수들은 코트에 한데 뒤엉켜 환호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제15회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에서 7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꺾고 14년 만에 우승했다. 한국은 28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결승에서 중국을 3-2로 꺾고 대회 우승 트로피인 수디르만컵을 안았다.

전날 준결승에서 태국을 3-1로 제압하고 4년 만에 결승에 오른 한국은 지난해 이용대 고성현 등 간판스타들의 대표팀 은퇴에도 2003년 네덜란드 대회 이후 14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반면 2005년 중국 대회부터 6회 연속 우승 행진을 펼치던 중국은 한국의 돌풍에 휘말려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한국 대표팀 강경진 감독은 1997년 이 대회 결승에서 중국에 패할 때 어깨를 다쳐 코트를 떠나야 했다. 14년 전 한국 대표팀 코치로 우승을 거들었던 강 감독은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뒤 지도자로도 성공시대를 열었다. 강 감독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대표팀 세대교체가 완성되지 않았다. 베스트 전력이 아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새로 구성한 남자 복식 선수들이 역할을 다했다. 어린 선수들이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등록 실업 선수만 해도 10만 명을 웃돈다. 한국은 실업 선수가 200명에 불과하다. 이날 결승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한국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은 첫 번째 경기인 남자 복식에서 패했지만 여자 단식 간판스타 성지현(새마을금고)이 이겨 1-1 균형을 맞췄다. 남자 단식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여자 복식 장예나(김천시청)-이소희(인천국제공항공사) 조의 승리로 한숨 돌린 뒤 마지막 혼합복식에서 22세 동갑내기인 세계 랭킹 14위 최솔규(한국체대)-채유정(삼성전기) 조가 세계 랭킹 2위 루카이-황야충 조를 2-0(21-17, 21-13)으로 완파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1989년 창설돼 홀수 해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남녀 단·복식, 혼합 복식 등 5경기를 치러 3판을 먼저 이기는 국가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국의 우승은 통산 네 번째다. 중국은 10번 우승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배드민턴 수디르만컵 우승#제15회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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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대한배드민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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