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장관 후보자의 이중국적 자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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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이중국적 문제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사례로 남주홍 경기대 교수가 떠오른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이 될 뻔했던 남 교수는 부인과 아들이 미국 영주권을, 딸은 시민권을 갖고 있었다. 물론 부인의 부동산 투기 등도 낙마의 빌미가 됐다. ‘미스터 칩(Mr. Chip)’으로 불린 진대제 씨는 본인이 미 영주권자이고 이중국적자였던 아들은 병역을 면제받은 뒤 한국 국적을 버렸는데도 2003년 노무현 정부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이 됐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2005년부터 실시된 덕분인지 모르겠다.

▷이중국적 하면 원정출산과 병역기피가 연상된다. 미국의 괌 사이판 하와이 로스앤젤레스 등이 원정출산 선호 지역이다. 미국에 원정출산을 가는 것도 모자라 좋은 사주(四柱)를 받아 놓고 그 시간에 맞춰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는 한 임산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 국적을 받고 장래를 위해 우주의 기운까지 불어넣어 주려는 부모 마음을 이해할 듯하면서도 입맛이 썼다. 2011년 시행된 개정국적법은 이중국적을 복수국적으로 표현하고 원정출산이 확인되면 복수국적을 못 갖게 했다.

▷청와대가 어제 지명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큰딸이 한국 국적을 버린 미 시민권자이고 국내에 있을 땐 위장전입까지 했다고 미리 밝혔다. 인사청문회를 대비해 ‘예방주사’를 놓은 것이다. 큰딸은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중국적 자녀를 뒀다는 이유로 공관장이 될 수 없었던 외교부 고참 공무원들이 이렇게 달라진 세상을 흔쾌하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중국적 자녀를 뒀더라도 납득할 만하다면 인재의 기용을 주저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러나 2015년 상반기에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6명의 아들 30명이 외국 국적을 따거나 한국 국적을 버리는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피해 갔다. 북한과 대치 중인 상태에서 병역의무를 면하려고 이중국적 자녀의 한국 국적을 버리는 부모라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장관 후보자 이중국적 자녀#남주홍 경기대 교수#강경화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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